행정학/재무행정론

[행정학] 예산의 주요 원칙 8가지

InfHo 2025. 4. 1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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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예산 원칙의 의의 및 중요성

예산 원칙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활동을 규율하는 핵심적인 규범적 기준이다. 이는 예산의 편성, 심의, 집행, 결산 등 재정 과정 전반에 걸쳐 준수되어야 할 지침으로서, 재정 운용의 건전성, 투명성, 효율성 및 책임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단순히 기술적인 지침을 넘어, 예산 원칙은 해당 사회의 국가 운영 철학, 정부와 의회 및 국민 간의 권력 관계와 상호작용을 반영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예산 원칙에 대한 이해는 특정 국가의 재정 시스템뿐만 아니라 거버넌스 구조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재정 활동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의미하는 재정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있어 예산 원칙의 확립과 준수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예산원칙
예산원칙

 

전통적 예산 원칙과 현대적 예산 원칙의 구분 기준 및 시대적 배경

예산 원칙은 시대적 상황과 정부의 역할 변화에 따라 발전해왔으며, 크게 전통적 예산 원칙현대적 예산 원칙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통적 예산 원칙은 주로 근대 입법국가 시대에 발전하였다. 이 시기 정부의 기능은 비교적 단순하고 예산 규모도 작았으며, 의회(입법부)가 행정부의 재정 활동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다. 따라서 전통적 원칙들은 행정부의 자의적인 재정 운용을 방지하고 예산 집행의 합법성책임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 통제 중심적 성격을 강하게 띤다. 독일의 노이마크(F. Neumark)와 미국의 선델슨(J. Wilner Sundelson) 등 학자들은 이러한 원칙들을 체계화하는 데 기여했다.

 

반면, 현대적 예산 원칙은 20세기 이후 행정국가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등장하였다. 정부의 기능이 양적, 질적으로 확대되고 전문성이 증대되었으며, 경제 안정 및 성장 등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 요구됨에 따라, 전통적인 통제 위주의 예산 원칙만으로는 효율적인 재정 운용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또한 정부 기업과 같은 공기업의 등장은 예산 통일성 원칙의 적용 범위를 상대적으로 축소시키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예산 운용의 초점은 단순한 합법성 통제에서 벗어나 행정 관리의 효율성,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성, 그리고 투입 대비 성과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현대적 원칙들은 행정부의 재량권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예산 집행의 신축성을 강조하는 관리 중심적, 성과 중심적 특징을 보인다. 미국의 스미스(H. Smith) 등 학자들이 이러한 현대적 원칙들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예산 원칙의 발전 과정은 본질적으로 '통제'와 '신축성 및 효율성'이라는 두 가치 사이의 지속적인 긴장 관계를 반영한다. 입법부의 재정 통제 강화 요구는 전통적 원칙의 근간을 이루었지만, 정부 역할 확대와 행정의 복잡성 증대는 경직된 통제 방식의 한계를 드러냈고, 운영상의 효율성과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신축성) 확보의 필요성을 증대시켰다. 이러한 필요성은 행정부에 더 많은 재량을 부여하는 현대적 원칙의 등장을 촉진했으며, 전통적 원칙에 대한 수많은 예외 조항의 인정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전통적 원칙과 현대적 원칙은 완전히 대립하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현대 예산 운용에서는 정부 전체 수준에서는 입법부 통제를 강조하는 전통적 원칙이, 개별 부처나 사업 단위에서는 관리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대적 원칙이 더 강조되는 등 상황에 따라 절충적으로 적용되는 경향을 보인다.

 

II. 전통적 예산 원칙: 입법부 통제 중심

 

개념, 역사적 배경 및 목표

근대 예산 제도는 절대 군주의 자의적인 재정 운영에 대한 시민 계급의 저항과 통제 요구에서 출발하였으며, 의회(입법부)가 행정부의 재정 활동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핵심적인 수단으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전통적 예산 원칙들은 재정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입법부의 재정 통제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규범적 장치로서 자리를 잡았다.

 

전통적 예산 원칙이 추구했던 주요 목표는 명확하다. 첫째, 행정부의 재정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산의 낭비나 유용 등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둘째, 법률이나 의회의 의결 범위를 벗어나는 위법하거나 부당한 지출을 막으며, 셋째, 궁극적으로 불필요한 정부 지출을 억제하여 국민의 조세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이었다. 이는 정부 재정 운영의 합법성책임성(accountability)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직결된다. 초기 예산 제도의 기능은 주로 입법부가 제안된 세금과 지출 계획을 심의하고 승인하는 권한을 통해 행정부의 재정 활동을 통제하는 데 집중되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근대 이전의 재정 운영 방식, 예를 들어 조선 시대의 조세 제도(조용조)나 임진왜란 이후 군량미 확보를 위한 둔전 운영 등은 체계적인 예산 원칙과는 거리가 멀었다. 근대 국가로 이행하면서 왕실 재정과 국가 재정을 명확히 구분하려는 시도 등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통제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전통적 예산 원칙들이 점차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각 원칙 상세 분석

 

1. 공개성의 원칙 (Principle of Publicity/Transparency)

  • 정의 및 내용: 예산의 편성, 국회(의회)의 심의 및 의결, 정부의 집행, 그리고 결산 및 회계감사에 이르는 예산 과정의 주요 단계와 관련 정보는 원칙적으로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정부가 어떠한 재정 활동을 계획하고 수행하는지를 국민이 알 수 있도록 보장하고, 예산 과정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참여를 촉진하는 기반이 된다.
  • 필요성: 예산 정보의 공개는 행정부가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이나 낭비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를 가지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담당 공무원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입법부와 국민이 정부의 재정 활동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나아가 재정 운영의 투명성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구축하고 행정의 책임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 예외 및 문제점:
    • 신임예산(Vote of Credit): 국가 안보나 외교상의 기밀 유지, 긴급한 재난 대응 등 특수한 상황에서 의회가 예산의 세부 내역을 정하지 않고 총액으로만 승인하여 행정부의 재량에 맡기는 예산 형태이다. 이는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등에서 활용된 바 있으며,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의회의 예산 통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기밀 예산: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국방 관련 예산이나 국가정보원의 예산 등은 국가 기밀 보호를 이유로 상세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다.
    • 공개 범위 및 시점의 문제: 어느 수준의 정보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명확한 기준 설정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공개된 정보에 대한 국민의 실질적인 접근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이다.
    • 정보 시스템 활용의 한계: 정부는 재정 정보 공개를 위해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dBrain)과 같은 통합 재정 정보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으나, 시스템을 통해 산출되는 방대한 정보가 국회나 일반 국민에게 충분히 공유되지 못하고 접근성이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 현대적 의의: 공개성의 원칙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 재정 운영의 기본 전제이며, 특히 시민 참여를 강조하는 참여예산제도나 특정 집단에 대한 재정 영향 분석을 요구하는 성인지 예산제도 등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열린재정'과 같은 재정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예산 정보 접근성이 과거에 비해 향상되었으며, IMF의 재정투명성 규약(Fiscal Transparency Code)이나 국제예산협력체(IBP)의 예산공개지수(Open Budget Index) 평가 등 국제적인 기준에서도 재정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강조하고 있다.

 

2. 명료성의 원칙 (Principle of Clarity)

  • 정의 및 내용: 예산의 내용은 특정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작성되고 분류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를 위해 예산은 합리적인 기준(예: 기능별, 조직별, 품목별 등)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되어야 하며, 사용되는 용어와 형식이 명료해야 한다. 이 원칙은 예산 정보가 공개되더라도 그 내용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면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어렵기 때문에, 공개성 원칙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간주된다.
  • 필요성: 예산 내용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증진시켜 재정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의회의 예산 심의와 행정부의 예산 집행 효율성을 높이며, 각 지출 항목에 대한 회계 책임을 명확히 하는 데 기여한다.
  • 예외 및 문제점:
    • 순계예산(Net Budget): 예산 규모 파악의 어려움. 징세비 등 중간 경비를 제외하고 순수입이나 순세출만을 예산에 계상하는 방식으로, 예산의 총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어 명료성을 저해할 수 있다. 이는 완전성(총계주의) 원칙의 예외이기도 하다.
    • 복잡한 재정 구조 (특별회계, 기금 등): 특별회계나 기금이 과도하게 설치될 경우, 일반회계와의 관계가 불분명해지고 전체 국가 재정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 일반 국민의 이해를 어렵게 할 수 있다.
    • 총액계상예산(Lump-sum Appropriation): 특정 사업이나 정책 분야에 대해 세부적인 지출 항목을 명시하지 않고 총액으로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집행의 신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구체적인 예산 사용 내역을 파악하기 어렵게 하여 명료성을 저해할 수 있다.
    • 기밀성 예산: 국가 안전보장과 관련된 예비비 등 일부 예산은 기밀 유지를 위해 총액으로만 표시되거나 비공개 처리되어 명료성 원칙의 예외가 된다.
    • 예산 분류 방식의 한계: 예산을 분류하는 기준 자체의 한계로 인해 명료성이 저해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출 대상(품목)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품목별 분류는 구체적인 지출 내역은 명확히 보여주지만, 해당 지출이 어떤 사업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정부 활동의 목적(기능)에 따라 분류하는 기능별 분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하나의 활동이 여러 기능에 걸쳐 있는 경우 중복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산을 집행하는 부처(조직)를 기준으로 하는 조직별 분류는 책임 소재는 명확히 하지만, 사업의 성과나 경제적 효과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 현대적 의의: 명료성 원칙은 현대 예산 제도에서도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성과주의 예산 제도에서는 사업 목표와 성과를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예산과 연계해야 하므로, 사업 구조(Program Structure)를 명확하게 설계하고 예산을 분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산 분류 체계는 단순히 명료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해당 예산 제도가 추구하는 목표(통제, 관리, 계획, 성과 등)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3. 사전의결의 원칙 (Principle of Prior Approval)

  • 정의 및 내용: 정부(행정부)가 예산을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의회(입법부)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의회의 재정 통제권(Power of the Purse)의 핵심적인 내용이며, 정부 재정 활동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기본 원리이다.
  • 필요성: 행정부가 의회의 승인 없이 임의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을 방지하여 재정 운영의 자의성을 막고, 모든 재정 지출이 국민의 대표 기관인 의회의 통제하에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재정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한, 예산 집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행정 활동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인다.
  • 예외 및 문제점: 예산 집행 과정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여러 예외가 인정된다.
    • 준예산(Provisional Budget):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될 때까지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하는 비상 상황 시, 정부는 국회 의결 없이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규정된 기관 운영 경비, 법률상 지출 의무 이행 경비,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비 등 특정 경비를 지출할 수 있다. 이는 의회 의결을 거치지 않으므로 사전의결 원칙의 명백한 예외이다.
    • 예비비(Contingency Fund) 지출: 예산 편성 시 예측할 수 없었던 지출 소요(예산 외 지출 또는 예산 초과 지출)에 충당하기 위해 미리 총액으로 국회의 의결을 받아 확보해 둔 예산이다. 실제 예비비를 지출할 때는 국회의 사전 의결을 다시 거치지 않지만, 지출 후 다음 연도 국회(의회)에 그 사용 내역을 보고하고 사후 승인을 받아야 한다.
    • 사고이월(Carry-over due to unforeseen events): 회계연도 내에 지출원인행위(계약 등)를 하였으나, 공사 지연 등 불가피한 사유로 해당 연도 내에 지출하지 못한 경비를 다음 회계연도로 넘겨서 집행하는 경우이다. 이월 자체에 대해 사전 의결을 받지는 않는다.
    • 전용(Diversion): 예산 집행 과정에서 정책 사업 내 세항 또는 목 등 행정과목 간에 예산을 융통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입법과목(장·관·항)의 변경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국회의 의결 대상이 아니며,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 또는 각 부처 자체 판단(위임 범위 내)으로 가능하다. 따라서 사전의결 원칙의 예외로 간주된다.
    • 재정상의 긴급명령/긴급재정경제처분·명령: 국가 비상사태 시 대통령이 발동하는 긴급 명령에 따른 재정 지출은 국회의 사전 의결을 거치지 않는다.
    • 선결처분(지방자치): 지방의회가 성립되지 않거나 의결이 지연될 때 지방자치단체장이 예산을 먼저 집행하고 사후에 지방의회의 승인을 받는 제도이다.
    • 수입대체경비 초과 지출: 특정 수입이 예상을 초과할 경우 관련 경비에 초과 지출하는 것으로, 사전 의결 없이 가능하다.
  • 현대적 의의: 사전의결 원칙은 여전히 재정 민주주의와 의회 통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원칙이다. 그러나 위에 열거된 다양한 예외 조항들은 현대 행정의 복잡성과 예측 불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의 효율성 및 신축성 확보가 불가피함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예외 조항들이 남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규정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와 철저한 사후 통제(국회 승인, 감사 등)를 통해 의회의 재정 통제권이 실질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예외의 남용은 재정 규율을 해치고 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항상 존재한다.

 

4. 한정성의 원칙 (Principle of Specificity/Limitation)

  • 정의 및 내용: 의회가 승인한 예산은 그 사용 목적(질적 한정성), 사용 금액(양적 한정성), 그리고 사용 기간(시간적 한정성)이 명확하게 한정되어야 하며, 행정부는 이 정해진 한계를 준수하여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의회의 예산 통제를 구체화하고 집행 단계에서 행정부의 재량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는 핵심적인 수단이다.
  • 필요성: 예산이 승인된 내용대로 집행되도록 함으로써 예산 집행의 책임성을 확보하고, 행정부의 자의적인 예산 사용이나 재량권 남용을 방지하며, 예산이 계획된 목적에 따라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유도하는 데 그 필요성이 있다.
  • 세부 원칙 및 예외: 한정성의 원칙은 크게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각각에 대해 예산 집행의 신축성을 확보하기 위한 예외가 인정된다.
    • 목적 외 사용 금지 (질적 한정성): 예산은 의회가 승인한 특정 사업이나 활동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
      • 예외: 이용(移用, Transfer): 입법과목, 즉 국회의 심의 대상이 되는 예산 분류 단위인 장(章)·관(款)·항(項) 사이에서 예산을 상호 융통하는 것이다. 이는 예산의 근본적인 사용 목적 변경을 수반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예산 집행상 불가피한 필요가 있고 미리 예산 총칙 등을 통해 국회의 포괄적 의결을 얻은 경우에 한하여,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 예외: 전용(轉用, Diversion): 행정과목, 즉 입법과목 하위의 세부 예산 분류 단위인 세항(細項)·목(目) 사이에서 예산을 융통하는 것이다. 이는 동일한 정책 사업 내에서의 재원 조정을 의미하므로 이용보다 완화된 통제가 적용된다. 예산에 정해진 목적 범위 안에서 재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을 얻거나(일정 범위 내에서는 위임받아 각 부처 자체 전용 가능) 허용된다. 전용은 국회의 사전 의결이 필요 없으므로 사전의결 원칙의 예외이기도 하다.
      • 예외: 이체(移替, Re-allocation): 정부 조직의 신설, 변경, 폐지 등으로 인해 예산의 소관 부처나 기관이 변경될 때, 해당 예산을 새로운 소관 기관으로 옮기는 절차이다. 예산의 사용 목적이나 금액 자체는 변동되지 않고 책임 소관만 변경되는 경우이다.
    • 초과 지출 금지 (양적 한정성): 예산은 의회가 승인한 금액을 초과하여 지출할 수 없다.
      • 예외: 예비비(Contingency Fund): 예산 편성 시 예측할 수 없었던 예산 외의 지출이나 예산 초과 지출에 충당하기 위해 미리 일정 금액을 확보해 둔 예산이다.
      • 예외: 추가경정예산(Supplementary Budget): 예산이 성립된 이후에 발생한 사유로 인해 기존 예산만으로는 부족하거나 새로운 지출 소요가 발생했을 때, 추가적으로 편성하여 의회의 의결을 받는 예산이다.
      • 예외: 수입대체경비 초과 지출: 특정 수입이 예산을 초과하여 발생했을 때, 그 초과 수입 범위 내에서 관련 경비를 초과하여 지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경우이다.
      • 예외: 국고채무부담행위: 법률에 근거하거나 세출예산 금액 또는 계속비 총액의 범위 외에서 국가가 채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할 때에는 미리 국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 이는 미래의 예산 지출을 약속하는 행위이므로 양적 한정성과 관련된다.
    •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 (시간적 한정성, 예산 1년주의): 예산은 해당 회계연도 내에서 집행되어야 하며, 다음 연도로 넘겨 사용할 수 없다.
      • 예외: 이월(Carry-over): 특정 사유로 인해 회계연도 내에 사용하지 못한 예산을 다음 회계연도로 넘겨서 사용하는 제도이다. 명시이월은 연내 지출 완료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경비를 미리 국회의 승인을 받아 다음 연도로 이월하는 것이고, 사고이월은 연내 지출원인행위를 하였으나 공사 미완료 등 불가피한 사유로 지출하지 못한 경비를 별도의 국회 승인 없이 다음 연도로 이월하는 것이다. 계속비의 경우에도 남은 예산은 다음 연도로 이월된다.
      • 예외: 계속비(Continuing Expenditure): 공사나 제조, 연구개발 사업 등 완성에 여러 해가 소요되는 사업에 대하여, 미리 국회의 의결을 얻어 정해진 기간 동안(최대 5년, 연장 가능) 연부액(연도별 지출액)을 지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는 특정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이다.
      • 예외: 과년도 수입/지출(Revenue/Expenditure of Past Year): 지난 회계연도에 확정되었어야 할 수입이 현 회계연도에 수납되거나(과년도 수입), 지난 회계연도에 지출되었어야 할 경비가 현 회계연도에 지출되는 경우(과년도 지출)이다.
      • 예외: 조상충용(Advancement of Revenue, 2014년 폐지): 과거 지방재정에서 인정되었던 제도로, 해당 연도 내의 수입이 부족할 때 다음 연도의 수입을 미리 앞당겨 충당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예외이다.
  • 현대적 의의 및 문제점: 한정성 원칙은 예산 통제의 기본 틀을 제공하지만, 현대 행정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예외를 통한 신축성 확보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 규정들이 남용될 경우, 예산 집행의 방만함을 초래하고 의회의 통제 기능을 형해화하며 재정 규율을 약화시킬 위험이 크다. 감사원의 예산 집행 감사에서 예산 목적 외 사용, 부당 전용, 과도한 이월 등의 사례가 지적되는 것은 이러한 문제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예외 적용의 요건과 절차를 법령에 명확하고 엄격하게 규정하고, 예외 적용 결과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국회 보고, 사후 승인, 감사 등 통제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5. 통일성의 원칙 (Principle of Unity/Non-affection)

  • 정의 및 내용: 특정한 세입(수입)과 특정한 세출(지출)을 직접 연결시켜서는 안 되며(non-affection), 국가의 모든 수입은 일단 국고(Consolidated Fund)라는 단일한 금고에 집중되었다가 여기에서 모든 지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를 '국고 통일의 원칙'이라고도 부른다. 프랑스 재정법상의 예산 보편성 원칙과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 필요성: 이 원칙은 국가 재정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통일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용이하게 한다. 특정 수입이 특정 지출에 묶이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재원 배분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정부 전체의 우선순위에 따른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입법부가 국가 재정 전체를 포괄적으로 심의하고 통제하는 것을 용이하게 한다. 역사적으로는 근대 국가 형성 과정에서 왕실의 사적인 재산과 국가의 공적인 재정을 명확히 구분하려는 목적에서도 강조되었다.
  • 예외 및 문제점: 특정 사업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나 수혜자 부담 원칙의 적용 등 정책적 필요에 따라 다양한 예외가 인정된다.
    • 특별회계(Special Account): 국가가 특정 사업을 운영하거나, 특정 자금을 보유·운용하거나, 특정 세입으로 특정 세출에 충당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로 설치하는 별도의 회계이다. 특정 세입(주로 조세 외 수입)이 해당 특별회계의 특정 세출에 직접 사용되므로 통일성 원칙의 대표적인 예외이다.
    • 기금(Fund): 특정한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예산과는 별도로 설치·운용되는 자금이다. 기금의 수입(부담금, 출연금 등)은 해당 기금의 고유 목적 사업에 사용되므로 통일성 원칙에서 벗어난다.
    • 목적세(Earmarked Tax): 특정 경비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조세를 지정하여 징수하고 그 사용처를 법률로 정해놓은 세금이다 (예: 과거의 교통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 해당 세수는 정해진 목적에 우선 사용되므로 통일성 원칙의 예외가 된다.
    • 수입대체경비(Revenue Earmarked for Related Expenditure): 특정 행정 서비스 제공의 대가로 발생하는 수입을 국고에 납입하지 않고 해당 서비스 제공에 직접 필요한 경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이다.
  • 문제점: 이러한 예외 제도가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국가 재정 전체가 여러 개의 칸막이로 나뉘어 운영되는 '재정 칸막이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재원 배분의 경직성을 심화시키고, 예산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 전체 재정 상황 파악을 어렵게 하며, 국회나 국민의 재정 통제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특정 목적을 위한 재원 확보라는 명분 하에 특별회계나 기금이 남설되어 정부 재정 팽창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도 제기된다.
  • 현대적 의의: 통일성 원칙은 국가 재정의 종합성과 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데 여전히 중요한 기여를 한다. 그러나 특정 공공사업의 안정적인 재원 조달, 특정 서비스 수혜자의 비용 부담 원칙 적용, 특정 정책 목표의 효과적 달성 등을 위해서는 예외적인 재정 운용 방식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요구도 존재한다. 따라서 현대 재정 운용에서는 통일성 원칙을 기본으로 하되, 예외 제도의 필요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일단 설치된 예외 제도(특별회계, 기금 등)에 대해서는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회 등의 관리·감독을 강화하여 남설과 방만 운영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된다.

 

6. 단일성의 원칙 (Principle of Universality/Singularity)

  • 정의 및 내용: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원칙적으로 하나의 통일된 회계(일반회계) 내에서 포괄적으로 편성되고 운영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즉, 여러 개의 독립적인 예산(복수 예산)을 두는 것을 지양하고, 정부의 모든 재정 활동을 단일 예산서에 담아 표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 필요성: 정부의 전체 재정 활동 규모와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하여 예산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이 정부 예산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의회가 정부 재정 전반에 대한 효과적인 심의와 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을 제공한다.
  • 예외 및 문제점: 정부 활동의 다양성과 복잡성으로 인해 단일 예산만으로는 효율적인 재정 관리가 어려운 경우가 있어 예외가 인정된다.
    • 특별회계(Special Account): 특정 사업 운영, 특정 자금 보유, 특정 세입과 세출의 연계 등 특별한 목적을 위해 일반회계와 구분하여 별도로 설치·운영되는 예산이다. 이는 단일성 원칙의 가장 대표적인 예외이다.
    • 기금(Fund): 법률에 의해 설치되지만, 세입·세출 예산 외로 운영되는 자금이다. 엄밀히 말해 법정 예산은 아니지만, 국가 재정 활동의 일부를 담당하므로 단일성 원칙의 예외로 간주된다.
    • 추가경정예산(Supplementary Budget): 회계연도 중에 본예산(당초예산) 외에 추가적으로 편성되는 예산이다. 이는 본예산과 별도로 존재하므로 단일성 원칙의 예외가 된다. 마지막 추경예산까지 합쳐진 예산을 해당 연도의 최종예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정부투자기관 예산 등: 정부가 출자한 공기업 등의 예산은 국가 예산 체계와는 별도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 문제점: 특별회계나 기금 등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국가 재정의 전체 구조가 복잡해지고 분절화되어 종합적인 상황 파악이 어려워진다. 이는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국회나 국민의 효과적인 재정 통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추가경정예산이 빈번하게 편성될 경우, 본예산 심의의 중요성이 약화되고 재정 규율이 해이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 현대적 의의: 단일성 원칙은 국가 재정의 투명성과 통합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대 정부의 다양하고 전문화된 활동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특정 사업의 재정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특별회계나 기금과 같은 예외적인 제도의 활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예외 제도의 설치 요건을 엄격히 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며,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 불필요한 특별회계나 기금을 통폐합하는 등 예외 제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7. 예산총계주의 원칙 (Principle of Gross Budgeting/Completeness/Comprehensiveness)

  • 정의 및 내용: 한 회계연도 동안 발생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수입은 세입 예산에, 모든 지출은 세출 예산에 총액으로 빠짐없이 계상(計上)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특정 수입에서 관련 비용을 미리 공제하고 순액만을 예산에 반영하는 순계예산주의(Net Budgeting)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조세 수입을 예산에 계상할 때 징세비를 제외한 순액이 아니라 징세비를 포함한 총 조세 수입액을 세입으로 잡고, 징세비는 별도의 세출 항목으로 계상해야 한다. 이 원칙은 '예산 완전성의 원칙' 또는 '포괄성의 원칙'이라고도 불린다.
  • 필요성: 국가 재정의 전체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하여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높인다. 또한 모든 수입과 지출이 예산이라는 공식적인 틀 안에서 관리되도록 함으로써 예산 집행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국회나 지방의회, 그리고 국민(주민)이 정부의 재정 활동 전반을 효과적으로 감독하고 통제하는 것을 용이하게 한다.
  • 법적 근거: 대한민국 「국가재정법」 제17조는 "한 회계연도의 모든 수입을 세입으로 하고, 모든 지출을 세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53조에서 예외를 명시하고 있다. 「지방재정법」 제34조 역시 동일한 원칙과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과거 「예산회계법」 제18조에서도 이 원칙을 채택하고 있었다.
  • 예외 및 문제점: 모든 재정 관련 활동을 엄격하게 세입·세출 예산에 포함시키는 것이 비효율적이거나 불필요한 경우가 있어 일부 예외가 인정된다.
    • 수입대체경비(Revenue Earmarked for Related Expenditure): 정부가 특정 용역이나 시설을 유상으로 제공하여 얻는 수입을 국고에 납입(세입 처리)하지 않고, 해당 수입과 직접 관련된 경비에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이다. 이는 특정 사업 운영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예외이다.
    • 현물출자(Contribution in Kind):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금전 대신 토지, 건물, 유가증권 등 현물 형태로 자본을 출자하는 경우, 이를 세입·세출 예산 외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현물출자가 직접적인 현금 수입이나 지출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에 인정되는 예외이다. 그러나 현물출자도 국가 재정 운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예산에 포함시켜 국회의 사전 심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비판과 개선 요구가 있다.
    • 외국차관의 도입 및 전대(Foreign Loan Introduction and On-lending): 국가가 외국 정부나 국제기구로부터 차관을 도입하여 이를 국내의 다른 기관이나 기업에 다시 빌려주는(전대) 경우, 해당 차관의 도입과 전대 과정을 세입·세출 예산 외로 처리할 수 있다. 이는 차관 자금이 국가의 직접적인 세입이 아니라 중개·전달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 기금(Fund): 기금은 원칙적으로 예산 외로 운영되므로, 예산총계주의(완전성) 원칙의 예외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다만, 기금은 엄밀히 예산이 아니므로 예외로 볼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기금 운용도 예산총계주의의 예외로 규정되어 있다.
    • 순계예산(Net Budget): 이론적으로는 총계주의의 반대 개념이자 예외로 언급되지만, 대부분의 현대 국가는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해 총계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실제 적용되는 예외는 아니다.
  • 현대적 의의: 예산총계주의는 재정의 투명성책임성을 확보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현대 재정 운영에서도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 예외 규정들은 특정 재정 활동의 특수성과 효율성을 고려하여 불가피하게 인정되는 측면이 있지만, 그 적용 범위를 최소화하고 예외 처리되는 재정 활동에 대해서도 투명한 정보 공개와 적절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8. 정확성(엄밀성)의 원칙 (Principle of Accuracy)

  • 정의 및 내용: 예산 편성 시 추정한 세입과 세출액(예산액)이 실제 집행 결과(결산액)와 가능한 한 정확하게 일치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세입 예산을 정확하게 추계하고, 세출 예산을 계획대로 집행하여 불필요한 불용(不用)이나 예산 부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함을 의미한다. '엄밀성의 원칙'이라고도 한다.
  • 필요성: 예산과 결산의 차이가 크면 예산 자체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재정 계획의 실효성이 저하된다. 정확성 원칙은 예산의 신뢰도를 높이고, 예산이 계획대로 효율적으로 집행되었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을 제공하며, 예산의 낭비나 불법적인 사용을 방지하는 데 기여한다.
  • 예외 및 문제점 (한계): 현실적으로 예산과 결산을 완전히 일치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 예측의 불확실성: 예산은 미래의 경제 상황, 사회적 요구, 정책 환경 변화 등을 예측하여 편성되지만, 미래는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다. 예산 결정 시점과 실제 집행 시점 사이에는 시간적 간극이 존재하며, 이 기간 동안 예상치 못한 대내외 변수(경기 변동, 자연재해, 국제 정세 변화 등)가 발생하여 예산 추계치와 실제 집행액 간의 차이를 유발할 수 있다.
    • 불용액 발생: 예산이 결산보다 많은 경우 발생하는 불용액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예산 편성 자체가 과다하게 이루어졌거나, 예산 편성은 적정했으나 사업 집행 과정에서 문제(예: 사업 계획 변경, 주민 반대나 관계 기관 협의 지연으로 인한 사업 부진, 계약 차액 발생 등)가 발생하여 예산을 다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천재지변과 같이 통제 불가능한 요인으로 인해 집행이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다. 과도한 불용액 발생은 한정된 재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었음을 의미하며, 다른 필요한 사업에 사용될 수 있었던 기회를 상실시키고, 민간 부문의 소비나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예산 집행의 신축성 제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예비비 지출, 경기 변동 등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총괄예산(Lump-sum Budget)이나 예산 전용 등 예산 집행의 신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들은 필연적으로 예산과 결산의 불일치를 가져올 수 있다.
    • 적자/흑자 예산: 재정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의도적으로 세입보다 세출을 많게(적자 예산) 또는 적게(흑자 예산) 편성하는 경우에도 예산과 결산(수지 측면)은 일치하지 않게 된다.
    • 의도적 조작 가능성: 예산 편성 과정에서 특정 목적(예: 예산 확보 용이성, 추경 편성 명분 마련 등)을 위해 세입이나 세출을 의도적으로 과다 또는 과소 계상하려는 유인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는 예산의 정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 현대적 의의: 예산의 정확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재정 운용의 효율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여전히 중요하다. 비록 완전한 예측과 집행의 일치는 불가능하지만, 과학적인 예측 기법 개발, 예산 편성 기준의 합리화, 집행 과정의 면밀한 관리 감독, 불용액 발생 원인 분석 및 제도 개선 노력 등을 통해 예산과 결산의 차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또한, 예산 집행 결과를 성과 평가와 연계하여 예산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표 1: 전통적 예산 원칙별 주요 예외 사항

원칙 (Principle) 주요 예외 (Key Exceptions) 내용/목적 (Content/Purpose) 관련 근거/예시 (Basis/Example Snippets)
공개성 (Publicity) 신임예산 (Vote of Credit), 기밀 예산 (Secret Budget) 총액만 의결 후 행정부 재량 위임 (전시 등), 국가 안보/정보 관련 비공개 1
명료성 (Clarity) 순계예산 (Net Budget), 기금 (Fund), 총액계상예산 (Lump-sum), 안전보장 관련 예비비 순액 계상, 예산 외 자금, 세부 내역 생략, 기밀 유지 1
사전의결 (Prior Approval) 준예산 (Provisional Budget), 예비비 지출 (Contingency Spending), 사고이월 (Carry-over), 전용 (Diversion), 긴급명령/처분 (Emergency Order), 선결처분 (Advance Decision) 예산 불성립 시 집행, 예측 불가 지출, 집행 잔액 이월, 행정과목 간 융통, 비상사태 대응, 지방의회 미구성 시 집행 1
한정성 (Specificity) - 목적 외 사용금지 (Qualitative)
- 초과 지출 금지 (Quantitative)
- 회계연도 독립 (Temporal)
이용/전용/이체
예비비/추경/수입대체경비/국고채무부담
이월/계속비/과년도 수입·지출
입법과목/행정과목 융통, 예산 추가/초과 지출, 미래 채무 부담, 예산 잔액 차년도 사용, 다년도 사업 지출, 지난 연도분 수입/지출 1
통일성 (Unity/Non-affection) 특별회계 (Special Account), 기금 (Fund), 목적세 (Earmarked Tax), 수입대체경비 특정 세입-세출 연계, 예산 외 자금, 특정 목적 조세, 관련 수입-경비 연계 1
단일성 (Universality/Singularity) 특별회계 (Special Account), 기금 (Fund), 추가경정예산 (Supplementary Budget) 별도 회계 운영, 예산 외 자금, 본예산 외 추가 예산 1
예산총계주의 (Gross Budgeting/Completeness) 수입대체경비, 현물출자 (Contribution in Kind), 외국차관 전대 (Loan On-lending), 기금 (Fund) 관련 수입-경비 직접 사용, 비현금 출자, 중개성 차관, 예산 외 자금 1
정확성 (Accuracy) 불용액 (Unused Budget), 예비비 지출, 추가경정예산, 총괄예산 (Lump-sum), 전용 (Diversion) 예측 오류/집행 부진 결과, 예측 불가 지출, 예산 변경, 재량 부여, 행정과목 융통 33

 

전통적 원칙들에 대한 다수의 예외 조항 존재는, 이 원칙들이 현실과 동떨어져 형해화되었다기보다는, 복잡하고 변화하는 행정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었음을 시사한다. 신임예산, 준예산, 예비비, 이월, 계속비, 이용·전용·이체, 특별회계·기금, 추가경정예산, 수입대체경비, 현물출자 등 광범위한 예외들은 모호한 허점이 아니라, 비상 상황 대응, 장기 사업 관리, 운영상 조정 허용, 특정 재정 흐름의 효율적 처리 등 실제 거버넌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필요에 의해 법적으로 인정된 장치들이다. 만약 이러한 예외 없이 원칙들이 경직되게 적용되었다면, 현대 정부의 운영은 심각한 비효율과 마비 상태에 직면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예외들은 엄격한 통제라는 이상과 복잡한 사회·경제 운영이라는 현실적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실용적인 노력의 산물이며, 보다 명시적으로 신축성을 강조하는 현대적 원칙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성격을 지닌다고 평가할 수 있다.

 

III. 현대적 예산 원칙: 행정부 관리·성과 중심

현대적-예산원칙
현대적-예산원칙

 

등장 배경, 특징 및 목표

20세기 중반 이후, 행정국가(Administrative State)의 등장과 함께 정부의 역할은 소극적인 질서 유지에서 벗어나 경제 안정, 사회 복지 증진, 국민 생활 향상 등 적극적인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기능은 양적·질적으로 팽창하고 복잡화·전문화되었으며, 정부가 관리해야 할 예산의 규모 역시 급증하였다. 또한, 정부가 운영하는 공기업의 증가는 모든 재정 활동을 단일 국고에서 통일적으로 관리한다는 전통적 원칙(통일성)의 적용 범위를 현실적으로 축소시켰다. 더불어 케인즈 경제학 등의 영향으로 재정 정책이 경기 변동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입과 지출을 신축적으로 조절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입법부의 통제에 초점을 맞춘 전통적 예산 원칙들의 경직성이 효율적인 행정 운영과 정책 목표 달성에 제약이 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배경 하에 등장한 현대적 예산 원칙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과 목표를 가진다.

  • 특징:
    • 행정부 우위: 예산 과정에서 행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한다.
    • 관리·계획·성과 중심: 예산을 단순한 통제 대상이 아니라,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관리(management), 계획(planning), 성과(performance) 중심의 도구로 인식한다.
    • 효율성 및 계획성 강조: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중시한다.
    • 신축성 부여: 예산 운영상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행정부에 일정 수준의 재량권을 부여한다. 미국의 H. Smith와 같은 학자들이 이러한 원칙들을 체계화하는 데 기여했다.
  • 목표:
    • 재정 운영의 효율성·효과성·능률성 제고: 투입 대비 산출 및 결과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 정책 목표 달성 지원: 예산을 국가 또는 조직의 전략적 목표와 연계하여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
    • 행정부 책임성 강화: 재량권 확대에 상응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다.

대한민국의 「국가재정법」 제16조는 이러한 현대적 가치를 반영하여, 정부의 예산 편성 및 집행 원칙으로 ① 재정건전성 확보 노력, ② 국민부담 최소화 노력, ③ 재정지출 및 조세지출 성과 제고 노력, ④ 예산과정 투명성 및 국민참여 제고 노력, ⑤ 성인지 예산 반영 노력 등을 명시하고 있다.

 

각 원칙 상세 분석

 

1. 행정부 계획과 책임의 원칙 (Principle of Executive Planning and Responsibility)

  • 정의 및 내용: 이 원칙은 두 가지 측면을 포함한다. 첫째, 계획의 원칙은 예산이 행정부가 수립한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 및 구체적인 사업 계획, 정책 목표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이를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책임의 원칙은 예산을 집행하는 행정부가 단순히 합법적인 절차를 준수하는 것을 넘어, 주어진 예산을 가장 효과적이고(effectiveness) 능률적이며(efficiency) 경제적인(economy) 방법으로 사용하여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 중요성: 이 원칙은 예산을 과거의 통제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적인 관리 및 계획 도구로 전환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과주의 예산(PBS), 계획예산(PPBS), 목표관리(MBO), 영기준예산(ZBB) 등 20세기 중반 이후 등장한 다양한 예산 개혁 노력들은 모두 행정부의 계획 기능과 결과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 적용 사례:
    • 계획 측면:
      • 중기재정계획 수립 및 연계: 다년도 시계(multi-year perspective)를 가지고 재정 운용 계획을 수립하고(예: 한국의 국가재정운용계획), 이를 단년도 예산 편성과 연계하여 재정의 예측 가능성과 전략성을 높인다.
      • 성과계획서 작성: 예산 사업별로 달성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성과 목표와 성과 지표를 설정하여 예산 요구 시 함께 제출하도록 한다.
      • 전략 계획과 예산 연계: 정부 또는 기관의 장기적인 전략 목표와 우선순위를 예산 배분 과정에 반영한다.
    • 책임 측면:
      • 성과 평가 및 환류: 예산 집행 결과를 성과 목표 대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다음 연도 예산 편성에 반영(환류)하거나 조직 및 인사 관리에 활용한다.
      • 재정책임법 운영: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는 재정 운영의 원칙과 목표, 정보 공개 의무 등을 법률로 명시하여 정부의 재정 책임성을 강제한다.
      • 감사 및 내부통제 강화: 예산 집행의 합법성뿐만 아니라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고, 재정 운영상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한다.
      • 성과협약: 기관장 또는 사업 책임자와 성과 목표 달성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 또는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도 활용될 수 있다.
  • 관련 이론: 행정부 계획과 책임의 원칙은 주인-대리인 이론(Principal-Agent Theory)의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 국민(주인)을 대신하여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정부(대리인)가 주인의 이익(공익)에 부합하도록 행동하게 만들기 위해, 명확한 목표(계획)를 설정하고 그 달성 여부(성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 메커니즘을 설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예산관리수단 확보의 원칙 (Principle of Adequate Budgetary Tools)

  • 정의 및 내용: 행정부가 예산을 계획하고, 집행하며, 평가하고, 보고하는 일련의 과정을 책임 있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행정적·기술적 도구와 시스템을 확보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단순히 예산을 배분하는 것을 넘어, 재정 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중요성: 현대 예산 관리는 복잡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성과를 측정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효율적인 회계 시스템, 성과 측정 및 평가 도구, 통합적인 재정 정보 시스템 등 적절한 관리 수단의 확보는 현대적 예산 원칙들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반이 된다.
  • 적용 사례:
    • 통합재정정보시스템(FMIS: Financial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예산 편성, 집행, 회계 처리, 결산, 자금 관리, 국유재산 및 채권·채무 관리, 성과 관리 등 재정 활동 전반을 전산화하여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dBrain)지방재정관리시스템(e-호조)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재정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부처 간 정보 공유를 촉진하며, 재정 정보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성과관리 및 평가 도구: 성과 목표 달성도를 측정하고 평가하기 위한 다양한 도구들이 개발·활용된다. 성과지표(Performance Indicators) 개발 및 관리, 성과계획서 및 성과보고서 작성 지원 시스템, 재정사업 자율평가, 심층평가, 핵심사업평가 등 다양한 유형의 성과 평가 제도 및 지원 시스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의 프로그램 평가 등급 도구(PART: Program Assessment Rating Tool)도 성과 정보를 예산 과정에 활용하려는 대표적인 시도였다.
    • 회계 기준 및 시스템: 재정 상태와 운영 성과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보고하기 위한 회계 기준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많은 국가에서 전통적인 현금주의·단식부기 방식에서 벗어나 발생주의·복식부기 회계 제도를 도입하여 자산, 부채, 순자산 변동 및 운영 원가 정보를 산출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업별 원가 정보를 정확히 계산하고 성과 평가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있다. 미국 연방회계기준자문위원회(FASAB) 등은 정부 회계 기준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 사전 관리 시스템: 대규모 재정 투자가 수반되는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총사업비 증가를 관리하는 총사업비 관리 제도 등도 예산 낭비를 막고 재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관리 수단이다.
  • 한계 및 과제: 이러한 관리 수단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다양한 시스템(예산-결산 시스템, 예산-성과 시스템, 결산-성과 시스템) 간의 유기적인 연계가 부족하여 정보가 단절되거나 통합적인 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둘째, 시스템에 입력되는 데이터의 품질 확보가 중요하며,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 셋째,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시스템 활용에 대한 사용자 교육 및 저항 관리도 필요하다. 넷째, 시스템을 통해 생산된 정보가 국회나 국민에게 충분히 공유되지 않아 투명성 제고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향후 거브테크(GovTech)의 발전과 함께 인공지능(AI) 기반의 예산 분석 및 예측 시스템, 빅데이터를 활용한 재정 위험 관리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여 예산 관리 수단을 고도화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 다원적 절차의 원칙 (Principle of Multiple Procedures)

  • 정의 및 내용: 정부가 수행하는 모든 활동은 원칙적으로 예산에 반영되어야 하지만(포괄성), 그 활동의 성격과 종류가 매우 다양하므로 모든 활동에 획일적인 예산 절차를 적용하기보다는 활동의 특성에 맞는 상이한 절차를 적용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 중요성: 정부 활동은 일반적인 행정 서비스 제공 외에도 공기업 운영, 연구개발(R&D) 투자, 사회보험 관리, 금융 지원, 민간투자 유치, 긴급 재난 대응 등 매우 다양한 형태를 띤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에 단일하고 경직된 예산 절차를 적용할 경우, 비효율성이 발생하거나 해당 활동의 목적 달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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