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A. 목적 및 범위
본 보고서는 대한민국 행정 시스템 내에서 운용되는 다양한 예산의 분류 체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가 재정 운용의 핵심 도구인 예산은 그 성격과 기능에 따라 여러 형태로 구분되며, 이러한 분류는 예산의 편성, 심의, 집행 및 결산 과정 전반에 걸쳐 중요한 법적, 절차적 의미를 지닌다.
본 보고서는 특히 예산의 '성립 시기'와 '예산 불성립 시 집행 장치'라는 두 가지 핵심 기준에 초점을 맞추어 예산 유형을 분류하고 분석한다. '성립 시기' 기준으로는 회계연도 개시 전에 성립하는 본예산(Main Budget), 예산안 국회 심의 중 수정되는 수정예산(Revised Budget), 그리고 예산 성립 후 변경되는 추가경정예산(Supplementary Budget, 추경)을 다룬다. '예산 불성립 시 집행 장치' 기준으로는 현행 제도인 준예산(Quasi-Budget)과 역사적 맥락에서의 잠정예산(Tentative Budget) 및 가예산(Provisional Budget)을 상세히 검토한다.
각 예산 유형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 「국가재정법」, 「지방자치법」, 「지방재정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한 법적 정의, 편성 및 제출 시기, 성립 요건, 집행 범위 등을 명확히 규명한다. 또한, 각 예산의 고유한 특징과 목적,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고, 기획재정부, 국회예산정책처(NABO), 한국조세재정연구원(KIPF)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자료와 실제 운용 사례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이해를 돕고자 한다.
B. 예산의 개념 및 법적 기반
- 예산의 정의 및 기능: 국가예산이란 일정 기간, 즉 한 회계연도(한국은 1월 1일 ~ 12월 31일) 동안 정부의 수입 및 지출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지출 계획인 세출예산뿐만 아니라, 재원 조달 계획인 세입예산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예산은 국가적 우선순위에 따라 한정된 재원을 배분하는 핵심 과정이며, 국가 운영의 청사진이자 정부의 정책 의지를 담는 그릇 역할을 수행한다. 예산의 전체 라이프 사이클은 예산안 편성(전년도, y-1), 예산 집행(당해연도, y), 그리고 결산(다음연도, y+1)의 과정을 거치므로 총 3년에 걸쳐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 재정과의 관계 및 예산의 구성: 재정(Public Finance)은 예산 외에도 조세, 국채, 국유재산 관리, 결산 등 국가의 전반적인 재정 활동을 포괄하는 더 넓은 개념이지만, 이러한 활동들은 대부분 예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국가 재정은 운용 방식에 따라 크게 예산과 기금으로 구분되며, 예산은 다시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로 나뉜다.
- 일반회계: 조세 수입을 주 재원으로 하여 국가의 일반적인 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는 예산으로, 국가 예산의 근간을 이룬다. 통상 '예산'이라 하면 일반회계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 특별회계: 특정한 사업 운영, 특정 자금 보유 운용, 또는 특정 세입으로 특정 세출에 충당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로 설치하며, 일반회계와 구분하여 경리한다.
- 기금: 국가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특정 자금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로 설치하며, 예산(세입세출예산)과 달리 운용상의 자율성이 더 크다.
- 법적 근거 및 원칙: 대한민국 예산 제도의 근간은 헌법과 「국가재정법」이다. 헌법은 제54조에서 국회의 예산안 심의·확정권, 정부의 예산안 제출 및 국회 의결 시한, 예산 불성립 시 준예산 집행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제56조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근거를, 제57조는 국회의 예산 증액 및 새 비목 설치에 대한 정부 동의 요건을 규정한다. 「국가재정법」은 이러한 헌법 원칙을 구체화하여 예산의 편성, 집행, 결산, 성과관리, 국가채무 관리 등 재정 운용 전반에 관한 사항을 상세히 규율한다. 지방재정의 경우,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이 주요 법적 기반이 된다.
- 국가 재정 운용은 몇 가지 중요한 원칙에 기초한다. 모든 수입을 세입으로, 모든 지출을 세출로 예산에 계상해야 하는 예산총계주의 원칙, 국가의 모든 재정 활동을 원칙적으로 단일한 회계에서 통일적으로 경리해야 하는 단일성 원칙, 재정 건전성 확보 노력, 예산 과정의 투명성 및 국민 참여 증진 등이 그것이다.
한국의 예산 관련 법제는 국회의 재정 통제권(재정민주주의)과 행정부의 효율적인 재정 운용 필요성 사이의 균형을 도모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헌법은 국회에 예산안 심의·확정권이라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여 국민의 대표기관을 통한 재정 통제를 강조한다. 동시에, 예산안이 기한 내에 성립되지 못하는 비상 상황(준예산 제도)이나 예산 집행 중 발생하는 불가피한 변경 필요성(추가경정예산 제도)에 대해서는 행정부의 역할을 인정함으로써 재정 운용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현실적 필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특히 「국가재정법」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행정부의 재량권 남용 가능성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틀은 재정 운용의 민주성, 효율성, 건전성이라는 다소 상충될 수 있는 목표들을 조화시키려는 입법적 고민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II. 성립 시기에 따른 예산 분류
예산은 그것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어 법적 효력을 갖게 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크게 본예산, 수정예산, 추가경정예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A. 본예산 (Main Budget / 本豫算)
- 정의 및 법적 근거: 본예산은 정부가 다음 회계연도의 재정 운용 계획을 담아 편성하고, 국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회계연도 개시 전에 최종적으로 확정된 예산을 의미한다. 이는 해당 회계연도 국가 재정 활동의 가장 기본이 되는 예산으로, '당초예산'이라고도 불린다. 본예산의 편성과 확정 절차는 헌법 제54조 및 「국가재정법」 제32조, 제33조 등에서 규정하고 있다.
- 편성 및 제출 절차: 정부의 예산안 편성 과정은 연초부터 시작되어 약 8개월 이상 소요되는 복잡하고 체계적인 절차를 따른다.
- 중기사업계획서 제출: 각 중앙관서의 장은 해당 연도부터 5회계연도 이상의 기간에 대한 중기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매년 1월 31일까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제출한다. 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정 운용의 예측 가능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절차이다.
- 예산안 편성지침 통보: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재정운용계획과 중기사업계획서 등을 고려하여 다음 연도 예산안 편성 방향과 기준을 담은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매년 3월 31일까지 각 중앙관서의 장에게 통보한다. 이 지침에는 중앙관서별 지출 한도 설정 등 총액배분 자율편성(Top-down) 방식의 기본 틀이 포함될 수 있다.
- 예산요구서 제출: 각 중앙관서의 장은 통보된 예산안 편성지침에 따라 소관 사업에 대한 예산요구서를 작성하여 매년 5월 31일까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제출한다.
- 예산안 편성 및 확정: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의 예산요구서를 바탕으로 국가 전체적인 재정 상황과 정책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정부 예산안을 편성한다. 이 과정에서 부처와의 협의, 조정이 이루어진다. 편성된 예산안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최종 확정된다.
- 국회 제출: 확정된 정부 예산안은 다음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되어야 한다 (「국가재정법」 제33조). 이는 헌법에서 정한 시한인 90일 전(헌법 제54조 ②)보다 한 달 앞당겨진 것으로, 국회에 충분한 심의 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이다.
- 국회 심의 및 확정: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은 다음과 같은 심의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 정부 시정연설 및 소관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정부는 예산안 제출 후 국회 본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예산안의 주요 내용과 편성 방향을 설명한다. 이후 예산안은 각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어 해당 부처의 예산에 대한 예비심사를 받는다.
-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종합심사: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예결위에서 예산안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심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감액 또는 증액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다만, 국회가 정부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액하거나 새로운 비용 항목을 설치하는 것은 헌법 제57조에 의해 제한된다.
- 본회의 의결: 예결위 심사를 마친 예산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어 최종 표결을 통해 의결된다. 국회는 헌법 제54조 ②항 및 「국가재정법」 제32조에 따라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통상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 특징: 본예산은 한 회계연도 동안 국가 재정 운영의 근간이 되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예산이다. 정부의 편성안이 국회의 심의·확정 과정을 거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된다.
「국가재정법」이 헌법보다 한 달 빠른 예산안 제출 시한(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을 규정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단순히 절차적 시한을 앞당긴 것을 넘어, 국회의 예산 심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려는 입법적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방대하고 복잡한 현대 국가 예산을 제대로 심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수적이다. 헌법이 정한 90일 전 제출과 30일 전 의결 사이의 기간만으로는 심도 있는 검토가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적 고려가 작용한 것이다. 따라서 법률을 통해 제출 시한을 앞당김으로써 국회가 예산안을 보다 면밀히 검토하고 행정부에 대한 재정 통제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B. 수정예산 (Revised Budget / 修正豫算)
- 정의 및 법적 근거: 수정예산은 정부가 이미 국회에 제출한 본예산안에 대하여, 국회의 최종 의결로 확정되기 이전에(즉, 국회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하여 그 예산안 내용의 일부를 수정할 필요가 있을 때, 정부가 다시 작성하여 국회에 제출하는 예산안을 말한다. 이는 「국가재정법」 제35조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 제출 사유: 수정예산은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제출될 수 있다. 법 조문 자체에 구체적인 사유가 열거되어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예산안 제출 이후 국회 심의 기간(약 2~3개월) 동안 발생한 국내외 경제 여건의 급격한 변화, 대규모 재해 발생 등 예산안의 내용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중대한 상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단순한 오류 수정이나 정책 변경을 위한 수단으로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 제출 절차: 수정예산안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는 수정예산 제출이 정부 차원의 중요한 의사결정임을 의미한다. 수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에는 본예산안에 첨부되었던 서류 중 일부를 생략할 수 있다. 또한,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정예산안이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재정 총량(재정수지, 국가채무 등)에 미치는 효과와 그 관리 방안을 국회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재정법」 제7조 ⑧).
- 국회 심의: 수정예산안이 제출되면 국회는 이를 심사해야 한다. 만약 본예산안에 대한 상임위원회나 예결위 심사가 진행 중이라면, 본예산안과 수정예산안을 병합하여 심사한다. 만약 본예산안에 대한 심사가 이미 종료된 상태에서 수정예산안이 제출되었다면, 수정예산안에 대해 별도의 예비심사와 종합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 특징 및 추가경정예산과의 차이: 수정예산의 가장 큰 특징은 아직 성립되지 않은 본예산안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는 국회 의결을 통해 이미 성립되어 법적 효력이 발생한 예산을 변경하는 추가경정예산과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또한, 편성 요건이 '부득이한 사유'로 규정되어 있어, 「국가재정법」 제89조에 구체적인 요건이 명시된 추가경정예산보다 그 사유가 더 엄격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수정예산이 편성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 편성 사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수정예산안이 제출된 사례는 많지 않다. 1970년과 1981년에 수정예산안이 제출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구체적인 편성 사유나 내용은 제공된 자료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비교적 최근 사례로는 2009년과 2010년이 있다. 특히 2009년 수정예산안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급격한 경기 침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제출되었다. 당시 정부는 이미 국회에 제출했던 2009년 본예산안에 대해 총지출 기준 10조 원을 증액하는 수정예산안을 2008년 11월 7일에 제출했으며, 이는 경제 활성화와 저소득층 지원 강화를 주 내용으로 했다. 당시 국회예산정책처 등에서는 수정예산안의 거시경제 및 재정 파급 효과, 주요 사업의 적정성 등에 대한 심층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며 국회 심의를 지원했다. 이 사례들은 수정예산이 단순한 기술적 변경이 아니라, 예산안 심의 기간 중 발생한 중대한 외부 충격에 대응하여 정부의 재정 정책 기조를 신속하게 조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수정예산 제도는 예산안 심의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중대 변수에 정부가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한다. 그러나 실제 활용 빈도가 매우 낮다는 점은 몇 가지 함의를 갖는다. 첫째, '부득이한 사유'라는 요건이 실제로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을 가능성이다. 둘째, 정부가 예산안 확정 이후 상황 변화에 대해서는 수정예산보다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대응하는 것을 절차적으로 더 선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2009년 금융위기 사례에서 보듯, 수정예산은 일반적인 상황보다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본예산 확정 이전에라도 재정 대응의 규모와 방향을 선제적으로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절박할 때 동원될 수 있는 예외적인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함을 시사한다.
C. 추가경정예산 (Supplementary Budget / 追加更正豫算, 추경)
- 정의 및 법적 근거: 추가경정예산은 국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이미 확정되어 집행 중인 당해 연도 예산(본예산 또는 이전 추경 포함)에 대하여, 예산 성립 이후 발생한 새로운 사유로 인해 기존 예산의 내용을 변경(주로 지출 증액 또는 새로운 지출 항목 추가)할 필요가 있을 때, 정부가 다시 편성하여 국회의 의결을 얻어 집행하는 예산을 말한다. 흔히 '추경' 또는 '추경예산'으로 줄여 부른다. 이는 헌법 제56조("정부는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여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와 「국가재정법」 제89조에 법적 근거를 둔다.
- 편성 요건 (「국가재정법」 제89조 제1항):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 요건을 다음과 같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는 추경 편성이 재정 건전성을 해치거나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약화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여기서 '재해'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에 따른 자연재난과 사회재난(감염병 확산 등 포함)으로 인한 피해를 의미한다.
-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 발생 또는 우려: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 등이 예시로 명시되어 있다.
- 법령상 지출 의무 발생 또는 증가: 법률이나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가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경비가 새로 발생하거나 기존 의무 지출액이 증가하는 경우이다.
- 편성 및 제출 절차: 추경예산안은 정부가 편성하여 국회에 제출한다. 중요한 점은, 정부는 국회에서 추경예산안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는 이를 미리 배정하거나 집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재정법」 제89조 ②). 이는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권을 존중하기 위한 조치이다. 수정예산과 마찬가지로 추경예산안 제출 시에도 본예산안 첨부서류 중 일부를 생략할 수 있으며,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예산안 제출 시 재정수지, 국가채무 등 재정 총량에 미치는 효과와 관리 방안을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국가재정법」 제7조 ⑧).
- 재원 조달: 추경 편성에 필요한 재원은 다양한 방식으로 조달된다. 주로 전년도 결산 결과 발생한 세계잉여금(稅計剩餘金), 당해 연도 예산 집행 과정에서 예상보다 세금이 더 걷히는 경우 발생하는 초과 세수, 국채(적자 국채 포함) 발행, 기금의 여유 재원 활용, 그리고 기존 예산 사업의 지출을 줄이는 지출 구조조정 등이 활용된다. 재원 조달 방식은 추경의 성격과 당시 재정 여건에 따라 달라지며, 특히 국채 발행은 국가 채무 증가로 이어지므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 특징 및 수정예산과의 차이: 추경은 이미 성립된 예산을 대상으로 연도 중에 변경하는 예산이라는 점에서, 예산안 성립 전에 내용을 수정하는 수정예산과 명확히 구별된다. 추경예산은 본예산과 별개로 성립되지만, 일단 성립되면 기존 예산과 통합되어 하나의 예산으로 운영되므로, 한 회계연도의 총 예산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본예산과 해당 연도에 성립된 모든 추경예산을 합산해야 한다. 법적으로 추경 편성 횟수나 시기에 대한 제한은 없지만, 「국가재정법」 제89조의 편성 요건이 실질적인 제약으로 작용한다.
- 편성 사례 및 재정 건전성 논란: 과거에는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 복구를 위해 추경이 편성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구조조정 지원 및 실업 대책 마련을 위해, 2000년대 이후에는 경기 부양, 민생 안정, 일자리 창출 등을 목적으로 추경이 빈번하게 편성되는 경향을 보였다.
「국가재정법」이 제정된 2006년 10월 이후 2025년 2월 현재까지 총 16차례의 추경이 편성되었다. 주요 편성 사유로는 저소득층 지원, 일자리 대책,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메르스(MERS) 및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응, 재해 복구, 경기 활성화 등이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무려 8차례의 추경이 집중적으로 편성되어, 위기 상황 대응에서 추경의 역할이 부각되었다.
추경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는 통상적으로 2개월 이내에 심의·의결하는 경향을 보인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 대비 세출 규모가 증액되기도 하고 감액되기도 한다. 추경 편성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나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추경 편성은 불가피한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중요한 재정 수단이지만, 빈번한 추경 편성은 여러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우선, 본예산 편성의 신중성을 저해하고 예산 과정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국회의 예산 심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행정부의 재량권을 과도하게 확대할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국채 발행 등을 통한 추경 재원 조달은 국가 채무 증가로 이어져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국가재정법」 제89조가 추경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입법적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실제 추경 편성 사례들을 보면, '경기 침체 우려', '민생 안정 필요' 등 제89조 제1항 제2호의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 요건이 상당히 폭넓게 해석되어 적용되는 경향이 관찰된다. 이는 법 조항 자체의 해석상 모호성 문제일 수도 있고, 또는 경제 위기나 정치적 상황 등 현실적인 필요가 법적 요건의 엄격한 적용보다 우선시되는 결과일 수도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는 반복적인 추경 편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로 인해 국가 채무가 급증하는 등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의 부담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결국 추경 제도의 운용은 위기 대응의 필요성과 재정 건전성 유지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지속적인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표 1: 2015년 이후 주요 추가경정예산 편성 현황
연도/회차 | 국회 제출일 | 국회 의결일 | 소요 기간 (일) | 정부안 규모 (세출증액, 조원) | 국회 확정 규모 (세출증액, 조원) | 국회 증감 (조원) | 주요 편성 목적 (키워드) | 주요 재원 |
---|---|---|---|---|---|---|---|---|
2015년 | 7.6. | 7.24. | 19 | 6.2 | 6.2 | △0.06 | 메르스 대응, 가뭄/장마, 서민안정, 지역경제 | 세계잉여금, 기금 여유 |
2016년 | 7.26. | 9.2. | 39 | 11.0 | 11.0 | 0.0 | 구조조정 지원, 일자리/민생안정, 지역경제 | 초과세수, 세계잉여금 |
2017년 | 6.7. | 7.22. | 46 | 11.2 | 11.0 | △0.2 | 일자리 창출/여건개선, 서민안정, 지방재정 보강 | 초과세수, 세계잉여금 |
2018년 | 4.6. | 5.21. | 46 | 3.9 | 3.8 | △0.1 | 청년 일자리, 구조조정지역 지원 | 초과세수, 세계잉여금, 기금 여유 |
2019년 | 4.25. | 8.2. | 99 | 6.7 | 5.8 | △0.9 | 미세먼지 대응, 경기대응/민생지원 | 초과세수, 기금 여유, 국채 |
2020년 1회 | 3.4. | 3.17. | 14 | 11.7 | 11.7 | 0.0 | 코로나19 대응(방역, 소상공인, 민생/고용) | 세계잉여금, 한은잉여금, 기금 여유, 국채 |
2020년 2회 | 4.16. | 4.30. | 15 | 12.2 | 12.2 | 0.0 | 긴급재난지원금 | 국채 |
2020년 3회 | 6.4. | 7.3. | 30 | 35.1 | 35.1 | △0.01 | 금융지원, 고용/사회안전망, 한국판 뉴딜 | 지출 구조조정, 기금 여유, 국채 |
2020년 4회 | 9.11. | 9.22. | 11 | 7.8 | 7.8 | △0.03 | 소상공인 피해지원, 고용/돌봄 지원 | 국채 |
2021년 1회 | 3.4. | 3.25. | 22 | 15.0 | 14.9 | △0.1 | 소상공인 피해지원, 고용/방역 대책 | 세계잉여금, 한은잉여금, 기금 여유, 국채 |
2021년 2회 | 7.2. | 7.24. | 23 | 33.0 | 34.9 | 1.9 | 코로나 피해지원, 백신/방역, 고용/민생, 지역경제 | 초과세수 |
2022년 1회 | 1.24. | 2.21. | 29 | 14.0 | 16.9 | 2.9 | 소상공인 지원, 백신/방역, 예비비 | 초과세수 |
2022년 2회 | 5.13. | 5.29. | 17 | 59.4 | 62.0 | 2.6 | 소상공인 지원, 민생/물가안정, 방역, 지방이전지출 | 초과세수, 세계잉여금, 지출 구조조정 |
주: 세출증액 규모는 총지출 순증 규모 기준. 국회 증감은 정부안 대비 국회 확정액 변동. 소요 기간은 제출일, 의결일 포함. 재원은 주요 항목 기준.
자료: 국회예산정책처 자료 및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등 재구성.
III. 예산 불성립 시 예산 집행 장치
국가 운영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헌법과 법률은 국회(지방의회)의 예산안 의결 지연 또는 불발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에 대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운용되는 제도는 준예산이며, 과거에는 가예산과 잠정예산이라는 다른 형태의 제도가 존재했다.
A. 준예산 (Quasi-Budget / 準豫算)
- 개념 및 법적 근거: 준예산은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될 때까지 국회(지방의회)에서 해당 연도의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했을 경우,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장)가 국회(지방의회)의 의결 없이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법률이 정한 특정 범위의 경비를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는 예산 공백으로 인한 국가 또는 지방 행정 기능의 마비를 방지하기 위한 비상 장치이다.
- 국가: 헌법 제54조 제3항 및 「국가재정법」 제55조
- 지방: 「지방자치법」 제146조 (구 제131조) 및 「지방재정법」 제46조
- 역사적 배경: 준예산 제도는 1960년 제3차 헌법 개정(제2공화국 출범) 시 처음 도입되었다. 이는 제헌헌법 시기부터 운영되던 가예산 제도를 대체한 것이다. 당시 도입된 의원내각제 하에서는 예산안 부결 또는 처리 지연이 내각 불신임이나 의회 해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컸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의 의결을 전제로 하는 가예산 제도로는 정부 기능의 마비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국회 의결 없이 행정부가 최소한의 필수 경비를 집행하여 국가 기능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준예산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정부 형태가 대통령제로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준예산 제도는 현행 헌법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 집행 가능 경비 범위: 헌법 제54조 제3항과 「국가재정법」 제55조 제1항은 준예산으로 집행할 수 있는 경비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 헌법이나 법률(지방의 경우 법령이나 조례)에 따라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경비: 이는 정부 조직과 그 기본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경비를 의미한다. 공무원 인건비, 기본적인 사무 경비 등이 포함될 수 있다.
- 법률상(지방의 경우 법령 또는 조례상) 지출 의무의 이행 경비: 법률에 의해 지급이 강제되는 경비, 예를 들어 법정 의무 지출, 채무 상환 등이 해당된다.
-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비: 전년도 예산에서 이미 승인받아 진행 중인 계속 사업을 중단 없이 이어가기 위한 경비이다. 여기서 '계속비'의 범위가 예산회계상의 계속비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일반적인 계속 사업 전체를 포괄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 특징:
- 국회(의회) 의결 불필요: 준예산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으로, 행정부(지자체장)가 입법부의 사전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 이는 가예산이나 잠정예산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 전년도 예산 기준: 집행 규모는 원칙적으로 전년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다.
- 제한된 집행 범위: 위에 명시된 세 가지 목적 외의 경비, 특히 신규 사업이나 증액 사업은 집행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준예산 체제하에서는 사실상 긴축 재정 운용이 불가피하다.
- 사후 처리: 준예산으로 집행된 경비는 해당 연도의 본예산(또는 추경예산)이 국회(의회)에서 의결·확정되면, 그 확정된 예산에 의해 집행된 것으로 간주된다 (「국가재정법」 제55조 ②). 별도의 정산 절차 없이 확정된 예산에 흡수되는 것이다.
- 사회경제적 영향: 준예산이 실제로 집행될 경우, 재량지출에 해당하는 많은 사업들(예: 사회복지 서비스 지원, 중소기업 지원, 신규 SOC 건설 등)이 중단되거나 축소될 수밖에 없어 서민 생활과 국가 경제 전반에 상당한 혼란과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 집행 사례: 대한민국 헌정사상 국가 단위에서 준예산이 실제로 집행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2013년 예산안(2012년 말 심의)과 2014년 예산안(2013년 말 심의)이 법정 시한(12월 2일)과 회계연도 개시일(1월 1일)을 넘겨 1월 1일 새벽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례가 있지만, 1월 1일이 공휴일이라 은행 업무가 중단되어 실제 예산 집행에는 차질이 없었고, 정부는 당일 오전에 국무회의를 열어 예산 공포 및 집행 절차를 진행하여 준예산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는 준예산이 집행된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 전북 부안군 (2004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유치 문제로 인한 군의회와의 극심한 갈등으로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어, 지자체 최초로 약 5개월간 준예산이 집행되었다.
- 경기 성남시 (2013년, 2023년): 2013년에는 시의회 내 정당 간 갈등으로 7일간, 2023년에는 청년기본소득 예산 관련 시장과 시의회 간 갈등으로 10일간 준예산이 집행되었다.
- 경기도 및 경기도교육청 (2016년):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둘러싼 도의회 여야 갈등 및 의회 점거 사태 끝에 예산안 처리가 불발되어, 28일간 준예산 체제로 운영되었다. 교육청 단위의 준예산 편성은 1989년 이후 최초 사례였다.
- 경기 고양시 (2023년): 시장의 해외 출장 등을 문제 삼은 야당 시의원들의 등원 거부로 시의회가 파행되면서 15일간 준예산이 집행되었다.
- 서울 서대문구 (2025년): 구의회가 의결한 예산안에 대해 구청장이 재의를 요구했으나, 연말까지 재의결이 이루어지지 않아 2025년 1월 2일부터 25일간 준예산 사태를 겪었다.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의 준예산 사례들은 대부분 지방의회와 집행기관 간의 정치적 갈등이나 특정 사업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원인이 되어 발생했으며, 공공근로 사업 중단, 시민 강좌 중단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업에 차질을 빚는 결과를 낳았다.
표 2: 지방자치단체 준예산 편성 주요 사례
연도 | 지방자치단체 | 준예산 기간 (추정) | 발생 원인 | 주요 영향 (언급된 내용) |
---|---|---|---|---|
2004 | 전북 부안군 | 약 5개월 | 방폐장 유치 관련 갈등, 군의회 등원 거부 | 지자체 최초 사례 |
2013 | 경기 성남시 | 7일 | 시의회 내 정당 간 갈등 | 공공근로, 시민강좌 등 민생사업 중단 우려 |
2016 |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 28일 | 누리과정 예산 편성 관련 도의회 갈등 | 교육청 단위 최초(1989년 이후) |
2023 | 경기 고양시 | 15일 | 시장 해외출장 관련 야당 등원 거부 | - |
2023 | 경기 성남시 | 10일 | 청년기본소득 예산 관련 시장-의회 갈등 | - |
2025 | 서울 서대문구 | 25일 | 의회 의결 예산안에 대한 구청장 재의요구 후 연내 미처리 | - |
주: 기간은 자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은행 영업일 기준 등으로 계산된 경우도 있음.
자료: 관련 뉴스 기사 등 종합.
- 준예산 관련 지침 및 해석 문제: 준예산 제도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 규정이 있지만, 실제 집행에 필요한 구체적인 절차나 기준, 경비 범위 해석 등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에서 매년 통보하는 일반적인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존재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예산 집행을 전제로 한 것이며, 준예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집행 기준을 상세히 다루고 있지는 않다. 국회예산정책처 등에서는 준예산 편성 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체적인 편성 지침을 마련하여 각 중앙관서에 통보하고 이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절차를 법제화할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 특히 준예산으로 집행 가능한 경비의 범위에 대한 해석상 불명확성은 실제 준예산이 발동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법률상 지출 의무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이라는 문구가 구체적으로 어떤 경비까지 포함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지·운영' 경비가 평상시 수준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모두 포함하는지, 아니면 필수 기능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경비만을 의미하는지, '법률상 지출 의무'에 재량적 성격이 가미된 복지 지출 등도 포함될 수 있는지, '계속비'가 예산회계법상의 계속비 사업 외에 일반적인 계속 사업까지 포괄하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 이러한 해석상의 불확실성은 실제 준예산 집행 시 정부의 집행 범위와 국회 또는 감사원의 통제 범위 사이에 충돌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위법성 논란, 감사 지적, 심지어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따라서 준예산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불필요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집행 가능 경비 범위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과 절차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준예산 제도가 국가 차원에서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 제도가 가진 본래의 기능(행정 마비 방지)보다는 오히려 국회의 예산안 처리 시한 준수를 압박하는 강력한 정치적 기제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회는 준예산 발동 시 초래될 행정 기능의 축소, 민생 경제의 혼란, 그리고 이에 따르는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여야 간 극한 대립 상황에서도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기더라도 회계연도 개시 전(12월 31일 자정) 또는 직후(1월 1일 새벽)에는 어떻게든 예산안을 처리하는 관행을 보여왔다. 즉, 준예산이라는 '최후의 수단'의 존재 자체가 역설적으로 예산안 통과를 강제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B. 잠정예산 및 가예산 (Tentative and Provisional Budgets - Historical)
- 개념 및 역사적 배경:
- 가예산(假豫算): 대한민국 제헌헌법 시기(제1공화국, 1948년~1960년)에 운영되었던 예산 불성립 시의 임시 예산 제도이다. 국회에서 다음 회계연도 예산안이 제때 의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될 경우, 정부가 우선 1개월분의 예산안(가예산안)을 편성하여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가 이를 의결하면 그 범위 내에서 예산을 집행할 수 있었다. 가예산은 해당 연도의 본예산이 성립되면 그 효력을 잃고 본예산에 흡수되었다. 6.25 전쟁 기간을 포함하여 1949년부터 1957년까지 총 6차례 가예산이 실제로 편성 및 집행된 기록이 있다.
- 잠정예산(暫定豫算): '잠정예산'이라는 용어는 여러 의미로 사용된다. 첫째, 가예산과 유사하게 예산 불성립 시 임시로 사용하는 예산 형태를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둘째, 외국의 유사 제도(예: 미국의 continuing resolution, 일본/독일 등의 provisional budget)를 번역할 때 사용된다. 셋째, 한국의 과거 가예산이나 현행 준예산을 포괄하여 '임시예산'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일부 자료에서는 제헌헌법 시기에 가예산과 별도로 잠정예산 개념이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하나, 명확한 제도적 실체는 확인되지 않는다. 외국 사례에서의 잠정예산은 대체로 국회(의회)의 의결을 필요로 하며, 가예산과 달리 1개월이라는 기간 제한이 없거나 수개월분 예산을 한 번에 의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 준예산과의 차이점:
- 국회(의회) 의결 필요 여부: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가예산과 (외국 사례 등에서의) 잠정예산은 집행을 위해 반드시 국회의 사전 의결이 필요했다. 이는 예산 불성립 상황에서도 예산 집행의 최종 통제권이 입법부에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준예산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과 범위 내에서 국회 의결 없이 정부(행정부)가 독자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 기간 제한: 가예산은 원칙적으로 1개월분으로 제한되었다. 잠정예산은 외국 사례마다 다르지만, 1개월 제한이 없거나 수개월 단위로 운영되기도 한다. 준예산은 기간 제한 없이, 해당 연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의결될 때까지 계속 집행된다.
- 현행 제도: 현재 대한민국 헌법과 「국가재정법」은 예산 불성립 시의 대응 장치로 준예산 제도만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가예산 제도는 폐지되었으며, (한국 고유의 제도로서) 잠정예산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1960년에 이루어진 가예산/잠정예산에서 준예산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제도 명칭 변경이나 기술적 조정을 넘어선 중요한 정치적, 행정적 의미를 함축한다. 국회의 의결을 요구했던 가/잠정예산과 달리, 준예산은 행정부에게 국회 의결 없이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는 예산 불성립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입법부의 통제력을 약화시키고 행정부의 권한을 상대적으로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이러한 전환은 제2공화국 의원내각제 하의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국회의 기능 마비 시에도 정부의 필수 기능을 유지하려는 현실적인 필요성에 의해 추동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행정부 우위의 재정 운영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열어두는 효과를 낳았으며, 이는 이후 대통령제로 복귀한 후에도 지속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행정학] 주요 개념 정리
목차행정학을 공부하면서 주요 개념을 정리했습니다. 여러분의 행정학 공부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즐겨찾기에 등록해 간편하게 찾아보세요! 25년 1월부터 작성하여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jkcb.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