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공공 예산은 단순한 회계 장부를 넘어, 정부의 우선순위를 반영하고 희소한 자원을 배분하며 공공 서비스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정치·행정 과정이다. 예산 제도는 민주적 책임성 확보와 거시 경제 관리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어떠한 예산 제도를 채택하고 운영하는가는 정부의 기능과 효율성, 나아가 국가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본 보고서는 주요 공공 예산 제도인 품목별 예산제도(LIBS), 성과주의 예산제도(PBS), 계획예산제도(PPBS), 영기준 예산제도(ZBB), 그리고 신성과주의 예산제도의 역사적 발전 과정, 정의, 핵심 특징, 운영 방식, 장점과 단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비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1장: 예산 제도의 역사적 발전 과정
공공 재정 관리는 고대 문명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으나, 현대적 의미의 예산 제도는 의회 민주주의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등장했다. 특히 영국에서 왕권의 자의적인 과세와 지출을 통제하고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원칙을 확립하려는 의회의 노력 속에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초기 예산 제도의 주된 목적은 군주의 재정 남용을 억제하고 지출에 대한 입법부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도시 정부를 중심으로 예산 제도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는 당시 만연했던 정치 부패(예: 뉴욕의 트위드 조직)와 행정 비효율에 대한 개혁 요구의 산물이었다. 이후 주 정부와 연방 정부 차원으로 확산되었으며, 알렉산더 해밀턴의 초기 노력을 거쳐 1921년 예산회계법(Budget and Accounting Act of 1921) 제정으로 연방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예산 제도가 확립되었다. 이 법은 품목별 예산제도(LIBS)를 제도화하고, 오늘날 관리예산처(OMB)와 회계감사원(GAO)의 전신이 되는 기관들을 설립하여 예산 통제의 기틀을 마련했다.
예산 제도의 발전은 단순히 시간 순서에 따른 선형적 진화가 아니다. 이는 사회적 요구 변화, 정치적 우선순위 변동, 경제 상황(예: 제2차 세계대전 후 국가 부채 문제, 1970년대 석유 파동), 행정적 도전 과제(예: 조직의 복잡성 증가), 그리고 경영 이론의 영향(예: 과학적 관리론, 신공공관리론(NPM))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추동되어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본 보고서에서 다루는 다섯 가지 주요 예산 제도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등장하고 발전했다.
- 품목별 예산제도 (LIBS: Line-Item Budgeting System): 20세기 초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확립된 최초의 현대적 예산 제도로, 지출 통제에 초점을 맞춘다.
- 성과주의 예산제도 (PBS: Performance Budgeting System): 제2차 세계대전 이후(1949년 후버 위원회 권고) LIBS의 경직성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으며, 정부 활동과 성과(산출물) 관리에 중점을 둔다.
- 계획예산제도 (PPBS: Planning-Programming-Budgeting System): 1960년대 미국 국방부에서 시작되어 연방 정부 전체로 확산되었으며, 장기 계획과 목표 달성을 위한 합리적 자원 배분을 강조한다.
- 영기준 예산제도 (ZBB: Zero-Based Budgeting): 1970년대 재정 긴축 시기에 등장하여, 기존 예산의 점증주의적 증가를 비판하고 모든 예산 항목의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감축과 효율화를 추구한다.
- 신성과주의 예산제도 (New Performance Budgeting): 1980년대 이후 신공공관리론(NPM)의 영향 아래 확산되었으며, 단순한 산출물 관리를 넘어 결과(outcome) 중심의 성과 관리와 책임성 강화를 목표로 한다.
예산 개혁의 역사를 살펴보면, 과거의 주제가 새로운 맥락에서 다시 등장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과'에 대한 강조는 1950년대의 성과주의 예산(PBS)과 1990년대 이후의 신성과주의 예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1950년대 PBS는 주로 품목별 예산의 투입 중심적 한계를 벗어나 정부가 '무엇을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량이나 산출물을 측정하려 했다. 반면, 1990년대 이후의 신성과주의 예산은 신공공관리론의 영향 아래 정부 활동의 최종적인 '결과(outcome)'와 '영향(impact)'에 주목하며, 이를 예산 배분 및 관리자의 재량권 확대/책임성 강화와 연계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반복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와 관리 패러다임, 그리고 정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성과'의 개념과 측정 방식, 예산 과정과의 연계 방식이 진화해왔음을 보여준다.
또한, 예산 제도의 변천 과정에서는 중앙집권적 통제(투입 통제 및 재정 규율)와 관리적 자율성(결과 달성을 위한 재량권) 사이의 지속적인 긴장 관계가 존재한다. 품목별 예산(LIBS)은 통제를 극대화하는 반면, 성과주의(PBS)나 신성과주의 예산은 성과 책임을 전제로 관리자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계획예산(PPBS)은 합리적 계획을 통한 통제를, 영기준 예산(ZBB)은 모든 항목의 정당성 검토를 통한 통제를 시도했다. 결국 예산 제도의 역사는 재정 낭비를 막으려는 통제 요구와 효과적인 정책 집행을 가능하게 하려는 자율성 요구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각 제도는 이러한 근본적인 긴장 관계에 대한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제2장: 품목별 예산제도 (Line-Item Budgeting System: LIBS)
정의
품목별 예산제도(LIBS)는 현대적 예산 제도의 가장 초기 형태로, 정부 지출을 그 대상, 즉 '품목(object of expenditure)'을 기준으로 분류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예산은 정부가 '무엇을 구매하는가'(예: 인건비, 여비, 사무용품비, 시설비 등)에 따라 편성되며, 특정 활동이나 사업의 목적 또는 성과와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 제도의 핵심 목적은 지출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통해 예산이 법적으로 승인된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사용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정부 불신과 재정 낭비에 대응하여 회계 책임을 명확히 하고 공무원의 재량권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핵심 특징
- 통제 지향 (Control Orientation): 예산 초과 지출이나 불법 지출을 방지하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둔다. 예산 집행 단계에서의 통제가 핵심이다.
- 투입 중심 (Input Focus): 정부 활동에 투입되는 자원(인력, 물품, 서비스 등)에 초점을 맞춘다.
- 회계 책임 강조 (Emphasis on Accountability): 지출 항목별로 예산과 실제 지출을 명확하게 추적할 수 있어, 재정 사용에 대한 회계 책임을 묻기 용이하다.
- 점증주의 경향 (Incremental Tendency): 예산 편성이 주로 전년도 예산을 기준으로 약간의 조정을 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쉬워, 점증주의적 예산 배분 패턴을 고착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이후 영기준 예산(ZBB) 등이 비판하며 등장하게 된 배경이 된다.
운영 방식
품목별 예산제도의 운영은 비교적 단순하다. 각 행정 부서는 필요한 예산을 인건비, 운영비, 자본 지출 등 표준화된 품목별 분류 체계에 따라 세부 항목(line item)별로 작성하여 제출한다. 입법부는 이 세부 항목별로 예산을 심의하고 승인한다. 예산 집행 과정에서는 각 항목별로 승인된 예산 한도를 준수하는 것이 엄격히 요구되며, 항목 간 예산 전용(transfer)은 일반적으로 제한된다. 회계 감사는 각 항목별 지출이 예산과 일치하는지, 규정에 맞게 집행되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둔다.
장점
- 단순성 (Simplicity): 예산 편성 및 이해가 비교적 용이하여 특별한 재정 전문 지식이 없어도 활용 가능하다.
- 강력한 통제 (Strong Control): 승인되지 않은 지출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예산 준수를 강제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 명확한 회계 책임 (Clear Accountability): 누가, 어떤 항목에, 얼마를 지출했는지 명확히 추적할 수 있어 회계 감사 및 책임 추궁이 용이하다.
- 용이한 입법부 감독 (Facilitates Legislative Oversight): 입법부가 행정부의 세부 지출 내역을 면밀히 검토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또한 공무원 정원 및 보수 변동 파악에도 유용하다.
단점
- 경직성/비신축성 (Rigidity/Inflexibility): 엄격한 항목별 통제로 인해 관리자들이 변화하는 상황이나 우선순위에 맞춰 자금을 신축적으로 운용하기 어렵다.
- 목표 의식 결여 (Lack of Goal Focus): 예산이 지출 목적이나 달성하려는 성과와 연결되지 않아, 정부 활동의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프로그램 효과성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 비효율성 조장 (Inefficiency): 관리자들이 예산 항목별 한도를 소진하려는 경향("쓰지 않으면 삭감된다")을 유발할 수 있으며, 목표 달성을 위한 더 효율적인 방법 모색을 저해할 수 있다.
- 미흡한 계획 기반 (Poor Planning Basis): 주로 다음 회계연도의 투입에만 초점을 맞추므로,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나 프로그램의 우선순위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
- 경제 분석의 어려움 (Difficult Economic Analysis): 예산 집행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나 정부 활동의 전반적인 목적을 파악하기 어렵다.
품목별 예산제도는 현대 정부에서 기본적인 재정 통제와 회계 책임성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정부 부패가 심하거나 행정 역량이 취약했던 시기에는 재정 규율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제도였다. 그러나 이 제도의 가장 큰 강점인 세부적인 투입 통제는 동시에 가장 큰 약점이 되었다. 정부의 역할이 단순한 행정 집행을 넘어 복잡한 공공 서비스 제공과 정책 목표 달성으로 확장되면서, 품목별 예산의 경직성과 목표 지향성 부재는 점점 더 큰 문제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한계는 정부 활동의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촉발했고, 성과주의 예산과 같은 후속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게 되었다. 즉, 품목별 예산은 필수적인 기반이지만, 현대 정부 운영에는 불충분한 시스템으로 평가된다.
제3장: 성과주의 예산제도 (Performance Budgeting System: PBS)
정의 및 등장 배경
성과주의 예산제도(PBS)는 정부 예산을 기능(functions), 사업(programs), 활동(activities)별로 분류하고, 예산 지출을 정부가 수행하는 '일(work)' 및 그 '결과(outputs)'와 연계시키려는 예산 시스템이다. 이는 품목별 예산제도(LIBS)가 단순히 '정부가 무엇을 구매하는가'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정부가 무슨 일을 하는가'를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행정 능률 향상과 정부 활동에 대한 이해 증진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LIBS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개혁 방안으로 등장했다. 특히 1949년 미국 제1차 후버 위원회(Hoover Commission)의 권고가 PBS 도입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핵심 특징
- 관리 지향 (Management Orientation): 예산을 단순한 통제 수단을 넘어, 정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관리 도구로 간주한다.
- 활동/사업 중심 (Activity/Program Focus): 예산 구조를 정부가 수행하는 주요 사업 및 활동 중심으로 재편한다.
- 업무량 및 원가 측정 (Workload and Cost Measurement): 각 활동에 대해 측정 가능한 업무 단위(work unit 또는 performance unit)를 설정하고, 단위당 소요되는 비용(unit cost)을 계산하는 것을 핵심 요소로 한다.
- 산출물 강조 (Emphasis on Outputs): 정부 활동을 통해 직접적으로 생산되는 재화나 서비스, 즉 산출물(outputs)에 주목한다.
운영 방식
성과주의 예산제도의 운영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이루어진다.
- 정부의 주요 기능과 활동(사업)을 식별하고 분류한다.
- 각 활동별로 측정 가능한 업무 단위(예: 도로 포장 거리(km), 예방 접종 건수, 처리된 민원 건수 등)를 정의한다.
- 각 업무 단위당 평균 비용(단위 원가)을 산출한다. 이를 위해서는 활동 기준 원가 계산 등 회계 기법이 필요할 수 있다.
- 예산 요구는 계획된 업무량에 단위 원가를 곱하여 산정된다 (예산 = 업무량 × 단위 원가).
- 예산 집행 후에는 실제 달성된 업무량과 소요된 비용을 예산과 비교하여 성과(주로 효율성)를 평가한다.
장점
- 정부 활동 이해 증진 (Improved Understanding): 입법부와 국민이 정부가 예산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과 활동을 수행하는지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 관리 효율성 제고 (Enhanced Management): 관리자에게 사업 계획 수립, 운영 통제, 효율성 개선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 합리적 자원 배분 (Rational Allocation - within programs): 특정 사업 내에서 예상되는 업무량과 비용에 근거하여 자원을 배분함으로써 합리성을 높일 수 있다.
- 신축성 증대 (Increased Flexibility - compared to LIBS): 정해진 산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관리자에게 LIBS보다 더 많은 재량권을 부여할 수 있다.
- 성과 평가 기반 제공 (Basis for Performance Evaluation): 운영의 효율성을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이론상) 데이터를 제공한다.
단점
- 측정의 어려움 (Measurement Difficulties): 공공 서비스의 성과는 가시적이거나 동질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의미 있는 업무 단위를 설정하고 정확한 단위 원가를 계산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특히 교육, 연구, 외교 등 무형적 산출물을 내는 분야에서 어려움이 크다. 또한, 발생주의 회계 시스템이 미비한 경우(현금주의 기반) 정확한 원가 계산이 더욱 곤란하다.
- 효율성 편중 (Focus on Efficiency over Effectiveness): 단위당 비용 절감 등 운영상의 효율성에 치중하게 되어, 사업의 최종 목표 달성 여부나 사회적 영향(효과성)은 상대적으로 간과될 수 있다.
- 입법부 통제 약화 (Weakened Legislative Control - compared to LIBS): 예산 심의가 세부 품목이 아닌 포괄적인 사업 단위로 이루어지므로, 입법부가 특정 지출 항목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 회계 책임 모호성 (Accountability Issues): 예산 사용의 구체적인 내역 파악이 어려워 회계 책임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 제한된 적용 범위 (Limited Scope): 정책 결정이나 기획 기능 등 성과 측정이 어려운 분야에는 적용하기 어렵고, 정부 전체의 거시적인 자원 배분 결정에는 부적합할 수 있다.
LIBS와의 비교
성과주의 예산(PBS)은 품목별 예산(LIBS)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등장했으며, 두 제도는 다음과 같은 주요 차이점을 보인다.
구분 | 품목별 예산제도 (LIBS) | 성과주의 예산제도 (PBS) |
---|---|---|
주요 초점 | 투입 (Inputs) | 활동 (Activities) / 산출 (Outputs) |
지향점 | 통제 (Control) | 관리 (Management) |
예산 분류 단위 | 지출 품목 (Objects of Expenditure) | 기능/사업/활동 (Functions/Programs/Activities) |
제공 정보 | 무엇을 구매하는가? (What is bought?) | 무슨 일을 하는가? (What work is done?) |
관리자 재량권 | 낮음 (Low) | 중간 (Moderate) |
입법부 통제 | 강함 (High) | 중간 (Moderate) |
핵심 목표 | 재정 규율 준수 (Fiscal Compliance) | 운영 효율성 증대 (Operational Efficiency) |
주요 난제 | 경직성, 목표 의식 부재 (Rigidity, Lack of Purpose) | 성과 측정의 어려움 (Measurement Difficulty) |
성과주의 예산제도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성과 측정의 어려움, 즉 다양한 공공 서비스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업무 단위와 단위 원가를 산정하는 문제는 이후 등장하는 모든 성과 기반 예산 개혁에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근본적인 과제이다. 신성과주의 예산 역시 성과 정보(PI)와 측정에 크게 의존하며, 그 구현 과정에서 성과 측정의 질과 양, 결과 측정의 어려움 등이 여전히 주요 장애물로 지적된다. 이는 정부 활동과 그 결과를 정량화하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성과 측정 방법과 초점(산출 vs. 결과)은 시대에 따라 발전하지만, 신뢰성 있고 의미 있으며 비용 효과적인 성과 지표를 개발하는 근본적인 어려움은 성과 기반 예산 제도의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는 데 있어 여전히 중요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성공적인 성과 기반 예산 개혁은 측정 기술과 정보 시스템의 발전뿐만 아니라, 무엇을 측정할 수 있고 무엇은 측정하기 어려운지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제4장: 계획예산제도 (Planning-Programming-Budgeting System: PPBS)
정의 및 등장 배경
계획예산제도(PPBS)는 장기적인 계획(Planning) 수립과 단기적인 예산(Budgeting) 편성을 프로그램(Programming) 작성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자원 배분에 관한 의사결정을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게 수행하려는 시스템이다. 이는 예산의 여러 기능 중 특히 '기획(Planning)' 기능을 강조한다. 1960년대 초 미국 랜드 연구소(RAND Corporation)에 의해 개발되어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 시절 국방부에 처음 도입되었고, 이후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에 의해 연방 정부 전체로 확대되었다. PPBS는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체계적인 분석과 장기적인 관점을 예산 과정에 도입하려는 시도였다.
핵심 특징
- 기획 지향 (Planning Orientation): 조직의 장기적인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예산을 이러한 목표 달성과 직접적으로 연계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 목표 중심 (Goal-Oriented): 예산 과정이 조직의 목표를 정의하고 명확히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 프로그램 구조 (Program Structure): 전통적인 부서별 구분이 아닌, 공동의 목표를 중심으로 관련 활동들을 묶어 프로그램(Program) 단위로 예산을 구조화한다. 이는 정책 목표와 예산 사업 간의 연계를 명확히 하려는 시도이다.
- 다년도 예산 (Multi-Year Perspective): 단년도 예산의 한계를 넘어, 특정 프로그램의 비용과 편익을 수년에 걸쳐 예측하고 분석한다.
- 체계적 분석 (Systematic Analysis): 비용-편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 비용-효과 분석(Cost-Effectiveness Analysis) 등 계량적 분석 기법을 활용하여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대안들을 체계적으로 비교·평가한다.
- 합리주의 (Rationalism): 정책 및 예산 결정이 객관적인 분석과 데이터에 기반하여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의사결정자의 주관적 편견을 배제하려 한다.
운영 방식
PPBS는 이름 그대로 계획(Planning), 프로그래밍(Programming), 예산(Budgeting)의 세 단계로 구성된다.
- 계획 (Planning): 국가 또는 조직이 달성하고자 하는 장기적인 목표와 정책 방향을 설정한다.
- 프로그래밍 (Programming):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각 프로그램별로 여러 대안들을 분석(비용-편익, 비용-효과 등)하여 최적의 방안을 선택한다. 이를 바탕으로 다년간의 프로그램 계획과 재정 계획(Program and Financial Plan, PFP)을 수립한다. 프로그램 구조(Program Structure) 설계가 이 단계의 핵심이다.
- 예산 (Budgeting): 프로그래밍 단계에서 수립된 다년도 계획 중 첫해의 예산 요구액을 구체적인 연례 예산안으로 변환하여 편성한다.
이 전 과정에 걸쳐 방대한 데이터 수집과 정교한 분석이 요구된다.
장점
- 합리적 자원 배분 (Rational Allocation): 장기 목표와 체계적인 분석에 기반하여 자원을 배분함으로써 예산 결정의 합리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
- 목표 명확화 (Goal Clarity):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구체화하도록 유도한다.
- 정책 분석 강화 (Improved Policy Analysis): 다양한 정책 대안들을 체계적으로 비교·평가하는 분석적 접근을 예산 과정에 통합한다.
- 장기적 관점 확보 (Long-Term Perspective): 단기적인 예산 제약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계획과 비전을 예산에 반영할 수 있다.
- 부서 간 조정 증진 (Coordination):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한 프로그램 구조는 부서 간 협력과 조정을 촉진할 수 있다.
단점 및 실패 요인
PPBS는 이론적 정합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적용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며 대부분 실패로 평가받는다. 주요 단점 및 실패 요인은 다음과 같다.
- 과도한 복잡성과 데이터 요구 (Complexity and Data Demands): 시스템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방대한 데이터와 정교한 분석 능력을 요구하여 실제 운영이 어렵다. 과다한 문서 작업 부담도 크다.
- 의사결정의 집권화 (Centralization): 분석과 계획 기능이 중앙 예산 기관이나 최고 관리층에 집중되어, 일선 부서 관리자나 의회의 역할과 참여를 위축시킬 수 있다.
- 측정의 어려움 (Measurement Difficulties): 공공 부문의 목표는 다원적이고 추상적인 경우가 많아 명확하게 정의하고 성과를 계량화하기 어렵다. 인과관계 입증도 곤란하다.
- 분석 역량 부족 (Lack of Analytical Capacity): PPBS 운영에 필요한 고도의 분석 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 정치적 현실 외면 (Ignoring Political Reality): 예산 과정의 본질적인 정치적 속성, 관료적 저항, 목표에 대한 합의 도출의 어려움 등을 간과한 지나치게 합리주의적인 접근이었다.
- 구현의 어려움 (Implementation Challenges):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 관료들의 저항, 막대한 시간과 노력 요구 등으로 인해 효과적인 도입 및 정착에 실패했다. 때로는 형식적인 프로그램 구조 작성에만 치중하여 실제 분석이 부실해지는 문제도 발생했다.
- 제한된 적용 가능성 (Limited Applicability): 목표와 성과 측정이 비교적 용이한 국방 분야와 달리, 복잡한 사회 문제나 무형의 서비스를 다루는 일반 행정 부처에는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전 제도와의 비교
PPBS는 LIBS의 통제 중심, PBS의 관리/활동 중심에서 벗어나, 하향식(Top-down) 합리적 '기획'을 예산의 핵심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큰 전환을 의미한다. LIBS가 재정적 '합법성'과 '통제'를, PBS가 '운영의 효율성'을 중시했다면, PPBS는 '정책 목표 달성(효과성)'과 '자원 배분의 최적화'를 추구했다.
PPBS의 광범위한 실패는 공공 예산이라는 복잡하고 정치적이며 종종 모호한 영역에 순수한 합리적, 분석적, 하향식 모델을 적용하려는 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 연구가 되었다. PPBS가 요구하는 명확한 목표 설정, 정량화 가능한 데이터, 충분한 분석 역량, 정치적 합의 등의 전제 조건들이 실제 정부 조직과 정치 환경의 현실과 부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PPBS는 단지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공공 예산 과정이 정치와 모호성으로부터 분리된 순수한 합리적 분석 과정이 될 수 있다는 근본적인 가정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은 효과적인 예산 제도는 정치적 협상, 가치 갈등, 측정과 분석의 현실적 한계 등을 무시하기보다는 수용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으며, 이후의 예산 개혁이 보다 실용적이거나 상황 적응적으로 변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제5장: 영기준 예산제도 (Zero-Based Budgeting: ZBB)
정의 및 등장 배경
영기준 예산제도(ZBB)는 새로운 예산 기간을 위해 모든 지출 계획을 '0(Zero)'에서 시작하여 정당화하도록 요구하는 예산 편성 방식이다. 이는 전년도 예산을 기준으로 증감분을 조정하는 전통적인 점증주의 방식과 달리, 기존 사업이든 신규 사업이든 모든 예산 항목의 필요성과 효율성을 매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1960년대 말 ~ 1970년대 초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사의 피터 파이어(Peter Pyhrr)에 의해 개발되었고, 이후 1970년대 후반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미국 연방 정부 예산에 도입되었다. ZBB는 특히 재정 긴축 시기에 품목별 예산이나 성과주의 예산에서 나타나는 점증주의적 예산 팽창을 억제하고,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인 사업을 축소·폐지하여 비용을 절감하며 자원을 합리적으로 재배분하려는 목적으로 주목받았다.
핵심 특징
- 영 기준 검토 (Zero-Base Review): 전년도 예산 수준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고, 모든 활동과 프로그램의 예산을 처음부터(zero base) 다시 정당화해야 한다.
- 결정 단위 (Decision Units): 분석과 의사결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조직의 활동을 의미 있는 최소 단위, 즉 '결정 단위'(예: 특정 프로그램, 프로젝트, 비용 센터 등)로 분해한다.
- 결정 항목 (Decision Packages): 각 결정 단위별로 관리자는 해당 단위의 목표, 활동 내용, 비용, 성과 측정 지표, 대안 등을 기술한 '결정 항목' 문서를 작성한다. 결정 항목에는 종종 최소 수준, 현재 수준, 증액 수준 등 여러 가지 서비스 또는 재원 수준(funding levels)과 각각의 효과가 포함된다. 이는 해당 결정 단위의 존재 이유와 필요 자원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도구이다.
- 우선순위 결정 (Ranking): 작성된 모든 결정 항목들을 조직 전체적인 관점에서 중요도나 비용 대비 효과 등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긴다.
- 감축 지향 (Reduction Orientation): 우선순위가 낮은 활동이나 비효율적인 프로그램을 식별하여 예산을 삭감하거나 폐지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 상향식 참여 (Bottom-Up Participation): 결정 항목 작성 및 초기 우선순위 설정 과정에 하위 관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운영 방식
ZBB의 운영 과정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 조직 전체의 활동을 분석하여 '결정 단위'를 식별한다.
- 각 결정 단위의 관리자는 해당 단위의 목표, 활동, 비용, 성과, 대안 등을 분석하여 하나 이상의 '결정 항목'을 작성한다. 여기에는 해당 활동을 수행하지 않을 경우의 결과 분석도 포함될 수 있다.
- 작성된 결정 항목들은 부서 내에서, 그리고 부서 간에 비교 검토되어 우선순위가 매겨진다. 이 과정은 일반적으로 하위 관리자 수준에서 시작하여 상위 관리자 수준으로 통합된다.
- 최고 관리층은 조직 전체의 우선순위 목록을 최종 확정하고, 가용 예산 범위 내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결정 항목부터 예산을 배분한다. 예산 한도를 초과하는 하위 순위의 결정 항목들은 예산을 배정받지 못하게 된다.
장점
- 합리적 자원 배분 (Rational Allocation): 모든 활동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정함으로써, 자원을 보다 합리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점증주의를 타파하고 기득권을 재검토한다.
- 비용 절감 (Cost Reduction): 낭비적이거나 비효율적인 활동, 우선순위가 낮은 프로그램을 식별하고 제거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 참여 증대 (Increased Participation): 예산 편성 과정에 모든 계층의 관리자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여 예산에 대한 이해도와 책임감을 높일 수 있다.
- 효율성 증진 (Improved Efficiency): 관리자들이 자신의 활동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보다 효율적인 운영 방식을 모색하도록 장려한다.
- 신축성 (Flexibility): 변화하는 환경과 우선순위에 따라 자원 배분을 큰 폭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단점
- 막대한 시간과 자원 소요 (Time and Resource Intensive): 모든 활동을 매년 분석하고 방대한 문서를 작성하며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과정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 우선순위 결정의 주관성 및 정치성 (Ranking Subjectivity): 서로 다른 성격의 다양한 결정 항목들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은 매우 어렵고 주관적이며, 정치적 협상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 단기적 관점 치중 (Focus on Short-Term): 당장의 비용 절감이나 측정 가능한 성과에 집중하게 만들어, 장기적인 투자나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 불리해질 수 있다.
- 조직 내 저항 (Resistance): 기존 프로그램의 축소나 폐지를 우려하는 관리자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영역 다툼").
- 정치적 요인 간과 (Ignores Politics): PPBS와 마찬가지로 예산 결정에 작용하는 정치적 역학 관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수 있다.
- 경직성 경비 문제 (Difficult for Mandatory Spending): 법률에 의해 지출이 의무화된 경직성 경비가 많은 공공 부문에서는 ZBB의 적용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 조작 가능성 (Potential for Gaming): 관리자들이 결정 항목의 내용이나 순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
이전 제도와의 비교
ZBB는 LIBS나 PBS에서 흔히 나타나는 점증주의적 예산 편성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PPBS가 장기 계획과 프로그램 분석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ZBB는 주로 연례 예산 주기에 맞춰 모든 지출의 근본적인 필요성을 재검토하는 데 집중한다. PPBS와 합리주의적 접근 방식을 공유하지만, 프로그램 분석 대신 결정 항목 작성 및 우선순위 결정이라는 다른 메커니즘을 사용한다.
ZBB의 핵심 강점, 즉 모든 지출에 대한 철저하고 포괄적인 검토는 동시에 이 제도의 주요 약점의 원천이 된다. 바로 그 엄격함 때문에 막대한 시간, 비용, 복잡성이 수반되는 것이다. 이러한 본질적인 상충 관계(trade-off)는 ZBB를 조직 전체에 걸쳐 매년 지속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어렵게 만든다. 그 결과, ZBB는 이론적으로는 강력한 합리화 및 비용 통제 도구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부서나 프로그램에 선별적으로 적용되거나 몇 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예산 시스템 설계에서 분석적 엄밀성(rigor)과 행정적 실행 가능성(feasibility)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ZBB의 운영상 부담은 그 이론적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영향력이 제한적이거나 간헐적이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제6장: 신성과주의 예산제도 (New Performance Budgeting)
정의 및 등장 배경
신성과주의 예산제도는 전통적인 성과주의 예산(PBS)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형태로, 특히 신공공관리론(New Public Management, NPM)의 원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이는 지속적인 경기 침체, 재정 적자, 공공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만 등으로 인해 정부의 효율성, 효과성, 책임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신성과주의는 단순히 정부 활동의 산출물(outputs)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정부 지출이 가져오는 최종적인 결과(outcomes)와 사회적 영향(impacts)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성과 정보를 예산 과정 및 관리 사이클 전반에 걸쳐 보다 체계적으로 통합하고 활용하려 한다. 종종 관리자에게 투입에 대한 재량권을 더 많이 부여하는 대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묻는 방식을 동반한다. 결과중심 예산(Results-Based Budgeting), 성과연동 예산(Performance-Informed Budgeting) 등으로도 불린다.
핵심 특징
- 결과/성과 중심 (Outcome/Results Focus): 단순한 서비스 제공(산출)을 넘어, 정부 활동이 목표로 하는 사회적 변화나 영향(결과) 달성에 중점을 둔다.
- 성과 측정 및 환류 강화 (Enhanced Performance Measurement & Feedback): 투입, 활동, 산출, 효율성뿐만 아니라 결과와 효과성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성과 지표를 개발하고 체계적으로 측정한다. 이 정보를 예산 결정, 프로그램 개선, 성과 보고, 책임 확보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환류)한다. 전략 계획 및 성과 보고서 작성이 제도화되는 경우가 많다.
- 관리 자율성 확대 (Increased Managerial Flexibility): 성과 목표 달성을 위해 관리자에게 예산 집행 방식, 자원 배분 등에 대한 더 많은 재량권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예: 총액 배정 예산, 예산 항목 통제 완화, 이월/전용의 유연성 증대 등).
- 책임성 강화 (Stronger Accountability): 예산 배분이나 관리자에 대한 보상/제재를 성과 평가 결과와 보다 명시적으로 연계시킨다. 성과 계약(performance contracts)과 같은 도구를 활용하기도 한다.
- 전략적 연계 (Strategic Alignment): 예산 배분이 정부 전체의 장기적인 전략 목표 및 우선순위와 일치하도록 노력한다.
- 고객 중심 (Customer Focus): 서비스 수혜자인 시민이나 고객의 만족도를 중요한 성과 지표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운영 방식
신성과주의 예산제도의 운영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포함한다.
- 정부 또는 기관의 명확한 전략 계획과 목표를 수립한다.
- 목표 달성도를 측정할 수 있는 핵심 성과 지표(KPIs: Key Performance Indicators)를 산출물과 결과(outcome) 수준에서 설정하고 구체적인 목표치를 부여한다.
- 전략적 우선순위와 기대되는 성과 수준을 고려하여 자원을 배분한다. 때로는 세부 항목별 통제 대신 총액(lump-sum) 형태로 예산을 배정하기도 한다.
- 정기적으로 성과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니터링하여 목표 대비 실적을 평가한다.
- 성과 정보를 차기 예산 편성에 반영하고, 프로그램 운영 개선에 활용하며, 관리자의 책임을 묻는 근거로 사용한다.
- 성과 정보 시스템과 재정 정보 시스템을 연계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장점
- 효과성 및 효율성 증진 (Improved Effectiveness & Efficiency): 결과 달성에 집중함으로써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자원 사용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
- 투명성 및 책임성 강화 (Enhanced Transparency & Accountability): 정부 활동의 목표와 성과를 국민과 의회에 명확하게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고 결과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한다.
- 합리적 의사결정 지원 (Better Decision-Making): 성과 정보를 바탕으로 증거 기반의 정책 결정 및 예산 배분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한다.
- 목표 명확화 (Clearer Goals): 프로그램의 목표와 기대 성과를 명확하게 설정하도록 유도한다.
단점
- 측정의 어려움 지속 (Measurement Challenges Persist): 특히 최종적인 사회적 결과(outcome)를 정의하고 측정하며, 특정 정부 프로그램의 기여도를 분리하여 평가하는 것은 여전히 매우 어렵다. 측정 가능한 지표에만 집중하게 될 위험도 있다.
- 복잡성과 비용 (Complexity and Cost): 신뢰할 수 있는 성과 측정 및 보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상당한 기술적 복잡성과 비용이 수반될 수 있다.
- 성과 왜곡 및 조작 가능성 (Potential for Gaming): 관리자들이 실질적인 성과 개선보다는 단순히 측정 지표상의 목표 달성에만 집중하거나 데이터를 유리하게 조작하려는 유인이 발생할 수 있다.
- 단기 성과 치중 (Short-Term Focus): 가시적인 성과를 조기에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투자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 노력이 저해될 수 있다.
- 예산과의 약한 연계 (Weak Link to Budgeting): 많은 경우 성과 정보가 수집되더라도 실제 예산 배분 결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활용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정치적 요인이나 관행이 예산 결정을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
- 조직 문화 변화의 어려움 및 저항 (Resistance): 성과 중심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쉽지 않으며, 기존 관행에 익숙한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전통적 성과주의(PBS)와의 비교
신성과주의 예산은 1950년대의 전통적 성과주의 예산(PBS)과 구별되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가진다.
구분 | 전통적 성과주의 (PBS, 1950s) | 신성과주의 예산 (New PB, 1990s+) |
---|---|---|
주요 초점 | 관리 (Management) / 활동 (Activities) | 결과 (Results) / 성과 (Outcomes) |
이론적 기반 | 과학적 관리론 / 행정 개혁 | 신공공관리론 (NPM) |
성과 강조점 | 산출물 (Outputs) / 효율성 (Efficiency) | 결과 (Outcomes) / 효과성 (Effectiveness) / 품질 (Quality) |
예산과의 연계 | 약함 / 간접적 (Weaker / Indirect) | 강함 / 명시적 (의도) (Stronger / More Explicit - intended) |
관리자 재량권 | 중간 (Moderate) | 높음 (High) |
책임성 메커니즘 | 주로 정치적/도덕적 (Primarily Political/Moral) | 공식적 (계약, 인센티브/제재) (Formal - Contracts, Incentives/Sanctions) |
핵심 목표 | 운영 효율성 개선 (Operational Efficiency) | 전략적 결과 달성 / 가치 창출 (Achieving Strategic Results / Value for Money) |
투입-성과 가정 | 단순/선형적 가정 경향 (Tendency towards Simple/Linear Assumption) | 복잡/비선형적 가정 고려 (Considers Complex/Non-linear Assumption) |
주요 차이점을 부연하면, 신성과주의는 PBS가 주로 활동량이나 직접적인 산출물 측정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정부 활동의 최종적인 사회적 영향, 즉 '결과(outcome)'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또한 신성과주의는 NPM 이념에 따라 시장 메커니즘(경쟁, 고객 중심)과 민간 기업의 경영 기법 도입을 강조하며, 성과와 예산(또는 보상) 간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고 공식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 위해 관리자에게는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되, 달성된 결과에 대해서는 엄격한 책임을 묻는 구조를 취한다. 초기 PBS가 투입-산출 간의 비교적 단순한 인과관계를 가정했던 것에 비해, 신성과주의는 투입이 반드시 의도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복잡한 현실을 인정하고 성과 달성 경로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시도하기도 한다.
신성과주의 예산 원칙의 이론적 매력과 광범위한 채택에도 불구하고, 결과 중심 예산이라는 '구호(rhetoric)'와 실제 예산 '운영(practice)' 사이에는 종종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많은 정부가 성과 계획 수립, 지표 개발, 성과 보고서 발간 등 성과 정보를 생산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정작 이 정보가 핵심적인 예산 배분 결정에 실질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산 결정은 여전히 정치적 고려, 부처 간 힘겨루기, 과거 예산 답습(점증주의) 등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성과 예산 제도가 가장 약한 형태인 '전시적(presentational)' 수준, 즉 성과 정보를 예산서에 포함시키기는 하지만 의사결정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의 경우에도 프로그램 예산 도입 이후 성과 계획과 실제 예산 간의 연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이는 단순히 신성과주의 예산의 구조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성과 기반 예산 운영을 보장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예산 결정 문화를 바꾸고, 성과 정보를 실제로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하며, 정치적 요인을 관리하는 것이 제도의 형식적 도입 못지않게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임을 보여준다.
제7장: 예산 제도의 변천과 핵심 목표 비교 분석
종합 비교 분석
지금까지 살펴본 다섯 가지 주요 예산 제도(LIBS, PBS, PPBS, ZBB, 신성과주의)는 각기 다른 시대적 배경과 문제의식 속에서 등장했으며, 예산 과정에서 강조하는 목표와 운영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를 종합적으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 | 품목별 예산 (LIBS) | 성과주의 예산 (PBS) | 계획예산 (PPBS) | 영기준 예산 (ZBB) | 신성과주의 예산 (New PB) |
---|---|---|---|---|---|
핵심 목표 | 통제 (Control) | 관리 (Management) | 기획 (Planning) | 감축/재배분 (Reduction/Reallocation) | 결과 (Results) |
지향점 | 투입 (Input) | 활동/산출 (Activity/Output) | 목표/프로그램 (Goal/Program) | 정당화 (Justification) | 결과/성과 (Outcome) |
주요 초점 | 지출 품목 (Line Items) | 사업/활동 (Programs/Activities) | 장기 목표/대안 (Long-term Goals/Alternatives) | 결정 항목 (Decision Packages) | 전략 목표/성과 (Strategic Goals/Performance) |
시간적 범위 | 단년도 (Annual) | 단년도 (Annual) | 다년도 (Multi-Year) | 단년도 (Annual) | 다년도(전략) & 단년도(예산) |
분석 강조점 | 회계 규정 준수 | 업무량/단위 원가 | 비용-편익/효과 분석 | 비용-편익 (암묵적) | 성과 측정 (결과 중심) |
결정 주체 | 입법부/중앙기관 | 사업 부서 관리자 | 최고 관리층/중앙기관 | 모든 계층 (상향식 초기) | 사업 부서 관리자 (중앙 지침 하) |
핵심 메커니즘 | 세부 항목별 승인 | 성과 측정 (산출) | 프로그램 구조/분석 | 결정 항목 우선순위 결정 | 성과 목표/책임성 |
주요 강점 | 통제/회계 책임 | 효율성 초점 | 합리성/장기적 관점 | 점증주의 타파 | 결과 초점/신축성 |
주요 약점 | 경직성/목표 부재 | 측정 어려움 | 복잡성/실행 실패 | 시간/자원 소모 | 측정/실행 격차 |
예산 제도의 변천 요약 및 의미
예산 제도의 역사는 크게 보면 통제(LIBS) → 관리(PBS) → 기획(PPBS) → 합리화된 감축(ZBB) → 결과(신성과주의) 중심으로 그 강조점이 이동해 온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더 '좋은' 제도로의 선형적 발전이라기보다는, 특정 시기의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와 이전 제도의 한계에 대한 반성 속에서 예산에 요구되는 역할과 기능이 변화해 온 과정을 반영한다.
- LIBS는 재정 규율 확립이라는 기초를 다졌지만, 경직성 문제로 PBS의 등장을 촉발했다.
- PBS는 정부 활동에 대한 이해를 높였으나, 성과 측정의 어려움과 효율성 위주의 접근이라는 한계를 보였다.
- PPBS는 장기적 관점과 합리적 분석을 도입하려 했으나, 과도한 복잡성과 정치 현실 외면으로 실패하며 합리주의적 접근의 한계를 드러냈다.
- ZBB는 점증주의 타파와 비용 절감에 효과적일 수 있으나,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전면적, 지속적 적용이 어려웠다.
- 신성과주의는 NPM의 영향 아래 결과 중심의 책임성 강화를 추구하지만, 여전히 성과 측정의 어려움과 예산 결정 과정에서의 실질적인 영향력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변천 과정에서 몇 가지 지속적인 주제가 발견된다. 첫째, 예산 과정에 '합리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지만, 그 방식은 변화한다(PPBS의 포괄적 분석 vs. ZBB의 전면적 재검토 vs. 신성과주의의 성과 정보 활용). 둘째, '통제'와 '자율성(신축성)' 사이의 긴장 관계는 여전히 존재하며, 각 제도는 서로 다른 균형점을 모색한다. 셋째, 정부 활동과 그 결과를 '측정'하는 문제는 성과 기반 예산 개혁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기술적 과제로 남아 있다. 넷째,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된 제도라도 정치적 의지, 제도적 역량, 조직 문화 등 '실행'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 예산 제도의 맥락
한국의 예산 제도 역시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과 무관하지 않게 발전해왔다.
- 정부 수립 이후 초기에는 일본과 미국의 영향을 받아 LIBS 중심의 예산 제도가 운영되었다.
- 1961년 제정된 「예산회계법」은 PBS의 일부 요소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었다.
- 1983년부터는 예산안 편성에 ZBB 제도의 원리가 일부 적용되기도 했다.
- 2000년대 들어서는 신공공관리론의 영향 아래 대대적인 재정 개혁이 추진되었다. 이 시기에 도입된 주요 제도들은 신성과주의 예산의 특징을 강하게 반영한다. 대표적인 예로 프로그램 예산제도(사업예산제도) 도입(2007년), 성과관리제도 강화, 국가재정운용계획(5년 단위 중기 재정 계획) 수립, 총액배분 자율편성(Top-down) 예산제도 도입 등이 있다. 이러한 개혁들은 예산 운영의 초점을 투입 중심에서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고, 부처의 자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성과 책임을 강화하며, 재정 운용의 전략성을 제고하려는 목표를 가졌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이러한 개혁 노력 역시 여러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프로그램 예산제도 도입에도 불구하고 성과 계획과 예산 간의 연계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으며, 성과 정보가 실제 예산 심의나 배분 과정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예산 과정에서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관계 설정 및 국회의 역할 강화에 대한 논의도 지속되고 있다. 국가재정운용계획과 같은 다년도 재정 틀이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단년도 예산 편성 관행이 강하게 남아 있어 장기 사업 추진의 안정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의 예산 시스템은 과거의 특정 모델이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국가, 그리고 한국 역시 여러 예산 제도의 요소들이 결합된 하이브리드(hybrid)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프로그램 예산 구조는 PBS나 PPBS의 영향을 받았고, 성과 목표 설정 및 평가는 신성과주의의 특징이며, 여전히 많은 경비는 품목별 분류(LIBS의 잔재)에 따라 통제된다. 이는 정부가 재정 통제, 관리 효율성, 전략적 방향 설정, 결과 책임성 등 다양한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국가의 예산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어떤 '모델'을 채택했는지 보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역사적 모델의 요소들이 어떻게 조합되고 상호작용하며 실제 운영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혁은 종종 기존 시스템 위에 새로운 층을 쌓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여러 목표 간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결론
본 보고서는 품목별 예산(LIBS), 성과주의 예산(PBS), 계획예산(PPBS), 영기준 예산(ZBB), 신성과주의 예산 등 다섯 가지 주요 공공 예산 제도의 역사적 발전 과정, 핵심 특징, 운영 방식, 장단점, 그리고 상호 비교를 통해 각 제도의 의의와 한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각 예산 제도는 특정 시대의 필요에 부응하여 등장했으며 고유한 장점을 가지지만, 동시에 뚜렷한 한계점도 안고 있음을 확인했다. LIBS는 강력한 통제력을 제공하지만 경직적이고 목표 지향성이 부족하다. PBS는 관리 효율성을 높이려 했으나 성과 측정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PPBS는 합리적 기획을 추구했지만 과도한 복잡성과 정치 현실 외면으로 실패했다. ZBB는 점증주의 타파에 효과적일 수 있으나 운영 부담이 매우 크다. 신성과주의는 결과 중심의 책임성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성과 측정과 예산 연계의 어려움, 즉 실행의 격차(implementation gap)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예산 제도의 변천 과정은 통제, 관리, 기획, 감축, 결과 등 강조점의 변화를 보여주지만, 이는 단선적인 진보가 아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예산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이전 제도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의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합리성 추구, 통제와 자율성 간의 긴장, 측정의 문제, 정치적 현실과의 조화 등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핵심 주제이다.
결론적으로,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완벽한 '단일 최선(one best way)'의 예산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예산 제도의 선택과 설계는 통제, 신축성, 계획, 참여, 효율성, 효과성 등 다양한 가치들 사이의 상충 관계(trade-offs)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여러 제도의 요소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향후 공공 예산 제도의 개선 노력은 특정 모델의 형식적 도입에 그치기보다는, 각국의 구체적인 정치·행정적 맥락과 당면 과제를 고려한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단순히 더 많은 성과 정보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생산된 정보의 질과 관련성을 높이고, 이를 실제 예산 의사결정 과정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리더십의 의지, 충분한 분석 역량과 데이터 시스템 구축,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 조성, 그리고 예산 과정의 정치적 측면을 인정하고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행정학] 주요 개념 정리
목차행정학을 공부하면서 주요 개념을 정리했습니다. 여러분의 행정학 공부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즐겨찾기에 등록해 간편하게 찾아보세요! 25년 1월부터 작성하여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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