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책임과 행정통제: 현대 행정의 핵심 메커니즘 분석
I. 서론
A. 민주적 공공행정에서 책임과 통제의 필수적 역할
현대 국가는 복잡다단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기관과 공무원에게 상당한 권한과 재량권을 부여한다.¹ 이러한 권한은 효율적인 국정 운영과 공공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남용되거나 공익에 반하여 사용될 위험을 내포한다. 따라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정 권한이 적절하게 행사되고 민주적 가치와 공익에 부합하도록 보장하는 메커니즘은 필수불가결하다.¹
이러한 맥락에서 행정책임(行政責任)과 행정통제(行政統制)는 현대 공공행정의 핵심 개념으로 등장한다. 행정책임은 공무원과 행정기관에게 기대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며, 행정통제는 이러한 기대가 충족되도록 보장하는 수단을 제공한다.² 시민들의 요구 증대, 거버넌스(governance)와 같은 복잡한 통치 구조의 확산¹, 그리고 부패나 비효율성과 같은 지속적인 문제들에 직면하여 행정책임과 행정통제의 현대적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²
II. 개념적 기초
A. 행정책임(行政責任)의 정의
1. 핵심 의미
행정책임은 공무원 및 행정기관이 법령, 공익, 시민의 기대, 직업윤리 등 일정한 기준에 따라 행동해야 할 의무이자, 그 행동의 결과 및 과정에 대해 해명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상태를 의미한다.² 이는 단순히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넘어,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행동해야 할 적극적인 의무(義務)를 전제로 한다.³
2. 범위
행정책임은 다차원적인 개념으로, 법적(legal), 도덕적/윤리적(moral/ethical), 그리고 정치적(political) 책임을 포괄한다.³ 또한, 행정 활동의 결과(結果)뿐만 아니라 그 과정(節次)의 적절성에 대한 책임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³
3. 기반
행정책임은 본질적으로 행정기관에 위임된 권한과 그 권한이 공공의 이익(公益)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기대로부터 발생한다.¹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무원은 주권자인 국민(主權者인 國民)에게 봉사하고 책임을 지는 대리인이라는 원칙에 근거한다.²
4. 책임(Responsibility) 대 책무성(Accountability) 구분 및 관련 논쟁
행정책임 논의의 고전적 출발점은 1940년대 파이너(H. Finer)와 프리드리히(C. J. Friedrich) 사이의 논쟁에서 찾을 수 있다.³ 이 논쟁은 행정책임을 확보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차이를 드러낸다.
- 파이너 (외재적 책임 / Accountability): 파이너는 외부적이고 객관적인 통제를 강조했다. 그는 관료가 정치적으로 정당성을 가진 선출직 공직자(정치적 상관)에게 책임을 져야 하며, 이러한 책임은 법률, 규칙, 위계질서 등 공식적이고 제도화된 통제 장치를 통해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²⁰ 판단 기준이 객관적이고 명확하며, 위반 시 제재가 따른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흔히 '책무성(Accountability)' 또는 법적 책임(法的責任)으로 번역되는 개념과 유사하다.²⁰
- 프리드리히 (내재적 책임 / Responsibility): 반면, 프리드리히는 행정의 전문성과 복잡성이 증대하는 현대 행정국가에서는 외부의 공식적 통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다. 그는 공무원 개인의 직업윤리, 전문적 기준, 기술적 지식, 그리고 공익과 국민 정서(民衆感情)에 대한 자발적인 부응 등 내면적 기준에 따른 자율적 책임을 강조했다.³ 이러한 책임은 객관적으로 확정하기 어렵고 공식적인 제재가 부재하며, 공무원의 도덕적 책임(道德的責任) 또는 양심과 관련된다.²⁰ 칸트(Kant)가 법적 의무와 도덕적 의무(덕의무)를 구분한 것은 이러한 논의의 철학적 배경을 제공한다.²¹
파이너와 프리드리히의 논쟁은 단순히 과거의 학문적 논쟁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민주적 통제(외부적 책무성)와 행정의 효율성 및 전문성(내재적 책임) 사이의 지속적인 긴장을 반영한다. 현대 행정은 파이너가 강조한 민주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외부 통제의 필요성과 프리드리히가 주목한 복잡한 행정 현실 속 전문가적 판단 및 윤리의 중요성 모두를 요구한다. 행정의 기술성과 전문성이 심화됨에 따라² 프리드리히의 관점에 무게가 실리기도 하지만, 민주주의 원칙은 여전히 파이너적 외부 통제를 강력히 요구한다. 따라서 효과적인 행정책임 시스템은 외부적 감독과 내재적 윤리 규범을 조화롭게 결합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 외에도 행정책임은 다양한 차원으로 논의된다.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대응적 책임(對應的責任)³, 전문성에 기반한 기능적 책임(機能的責任)³, 관료제 내 상하관계에 따른 계층적 책임(階層的責任)⁸ 등이 그것이다. 훅(Hoek)은 수직적, 내부적, 고객, 사회적 책임으로²⁰, 롬젝과 듀브닉(Romzek & Dubnick)은 통제 원천(내부/외부)과 통제 정도(높음/낮음)에 따라 계층적, 법적, 전문가적, 정치적 책임으로 유형화하여 책임의 다면성을 보여준다.⁸
B. 행정통제(行政統制)의 정의
1. 핵심 의미
행정통제는 행정 활동이 사전에 설정된 목표, 기준, 규범에 부합하도록 유도하고 관리하는 과정 또는 메커니즘을 의미한다.⁹ 이는 행정 성과를 지속적으로 감시(monitoring)하고, 설정된 기준과 비교하여 평가하며, 목표에서 벗어나는 경우 필요한 시정조치(是正措置)를 취하는 활동을 포함한다.⁹
2. 목적
행정통제의 가장 핵심적인 목적은 행정책임을 확보하는 것이다.² 더 나아가 행정 목표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달성, 권한 남용 방지, 합법성 및 대응성 확보 등에도 기여한다.⁴
3. 성격
행정통제는 사전적(예방적, 예: 명확한 지침 설정)일 수도 있고 사후적(교정적, 예: 감사, 제재)일 수도 있다.³² 또한, 통제 과정에서 얻어진 정보는 다음 단계의 행정 활동에 반영되는 환류(還流, feedback) 기능을 수행한다.⁹
III. 책임과 통제의 공생적 관계
A. 책임을 확보하는 수단으로서의 통제 (표리관계 表裏關係)
행정책임과 행정통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불가분의 관계(표리관계)에 있다.² 행정통제 메커니즘은 행정책임이라는 추상적인 의무가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강제하는 구체적인 도구이다.² 통제가 없다면 책임은 실현되기 어려운 이상에 머무를 수 있다. 통제는 책임이라는 추상적 의무를 관찰 가능한 행동과 측정 가능한 성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¹⁰
B. 통제의 기준과 목표로서의 책임
반대로, 행정책임은 행정통제가 추구해야 할 기준과 목표를 제공한다.⁵ 행정 활동의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잣대는 바로 행정책임의 내용, 즉 합법성, 효율성, 효과성, 공익 부합성, 윤리성, 대응성 등이다.³ 행정통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책임 있는 행정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다.²
이러한 책임과 통제의 관계는 역동적이며 때로는 갈등적일 수 있다. 행정책임의 이행은 필연적으로 행정관료의 재량권 행사를 수반한다.² 관리자는 특정 상황에 적응하고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 유연성이 필요하다. 반면, 행정통제는 본질적으로 이러한 재량권을 제한하거나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속성을 지닌다.²² 파이너가 강조한 바와 같이 법규 준수나 상급자의 지시 이행 등 외부적이고 공식적인 통제²⁰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출 경우, 관료들은 실질적인 목표 달성이나 시민 요구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보다는 절차 준수 자체에만 매몰될 위험이 있다. 이는 프리드리히가 우려했던 관료주의의 병폐, 즉 형식주의나 목표 전치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³ 반대로, 프리드리히가 강조한 내재적 책임, 즉 공무원의 직업윤리나 양심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외부적 통제를 소홀히 할 경우²⁰, 부패, 자의적 행정, 민주적 통제로부터의 일탈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파이너가 경계했던 지점이다.²⁰ 따라서 행정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민주적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행정통제 시스템 설계의 핵심 과제이다. 이러한 균형점 모색은 내부통제와 외부통제의 상대적 중요성에 대한 지속적인 논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²⁴
IV. 행정통제의 유형
A. 분류 기준 (길버트의 틀)
행정통제의 다양한 유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E. 길버트(E. Gilbert, 1959)가 제시한 이원적 분류 틀이 널리 활용된다. 이 틀은 통제를 두 가지 차원, 즉 통제 주체의 위치와 통제 방법의 공식성 여부에 따라 구분한다.
- 통제 주체의 위치: 통제자가 행정조직 내부에 있는지(내부통제) 또는 외부에 있는지(외부통제)에 따라 구분한다.²⁴
- 통제 방법의 공식성: 통제 방법이 법률이나 규정 등으로 제도화되어 있는지(공식적 통제) 또는 그렇지 않은지(비공식적 통제)에 따라 구분한다.²⁴
B. 내부통제(內部統制)
내부통제는 행정 체제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이루어지는 통제를 의미한다. 주로 행정 운영의 효율성, 효과성, 내부 규율 준수 등에 초점을 맞춘다.³¹ 행정의 전문화·복잡화가 심화된 현대 행정국가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²⁴
1. 공식적 내부통제
행정 조직 내부에 제도화된 공식적인 통제 메커니즘이다.
- 특징: 계층제적 구조에 기반하며, 명문화된 규칙과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²⁷
- 메커니즘/사례 (한국):
- 계층제(階層制) / 명령체계(命令體系): 조직 내 상급자에 의한 하급자의 지휘·감독.⁸
- 대통령/국무총리 감독: 대통령 비서실(구 청와대),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 등을 통한 행정부 전체 또는 부처 간 조정·통제.²⁷
- 중앙행정기관(中央行政機關): 각 부처가 소관 업무에 대해 하급 기관 및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²⁹
- 감사원(監査院): 회계검사, 성과감사, 직무감찰 등을 통해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 수행의 합법성·타당성을 검토하는 헌법상 독립기관 (대통령 소속이나 직무상 독립).²¹
- 참모/교차기능조직(交叉機能組織): 기획재정부(예산), 인사혁신처(인사), 행정안전부(조직·정부혁신) 등 특정 기능(예산, 인사, 조직 관리)을 통해 다른 부처의 활동을 수평적으로 통제.²¹
- 절차적 통제(節次的統制): 보고 제도, 결재(품의) 제도, 문서관리(장부통제) 등 업무 처리 절차를 통한 통제.³⁵
- 성과관리/평가: 정부업무평가 제도 등을 통해 기관 및 개인의 성과를 측정하고 관리.²⁷
- 내부 고충/부패 처리 기구: 국민권익위원회(부패·공익신고 처리), 각 기관의 자체 감사·감찰 부서.²¹
2. 비공식적 내부통제
행정 조직 내에서 제도화되지 않은 규범, 가치, 동료 압력 등에 의한 통제이다.
- 특징: 규범, 가치관, 동료 집단의 압력, 자율 규제 등에 기반한다.²⁷ 프리드리히가 강조한 내재적 책임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 메커니즘/사례 (한국):
- 직업윤리/공직자 행동강령(職業倫理/公職者行動綱領): 공무원으로서 내면화된 행동 기준 및 윤리 규범.³
- 동료 집단의 평가와 비판(同僚集團의 評價와 批判): 동료들의 기대, 인정, 비판 등이 개인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²⁷
- 대표관료제(代表官僚制): 다양한 사회 집단 출신의 관료들이 조직 내에 존재함으로써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특정 이익의 과잉 대표를 방지.²⁷
- 공직 동기/가치(公職動機/價値): 공익 봉사에 대한 소명의식, 내재적 만족감 등.²⁷
- 조직 문화(組織文化): 조직 내 공유되는 비공식적 규범, 관행, 가치관.²⁷
- 공무원 노동조합(公務員勞動組合): 조직 운영의 비리나 불합리성에 대한 내부 감시 및 견제 기능 수행 가능.²⁷
C. 외부통제(外部統制)
행정 조직 외부의 주체에 의해 이루어지는 통제이다. 주로 행정의 민주적 책임성, 합법성, 대응성 확보에 중점을 둔다.³¹ 전통적으로 입법국가 시대에 강조되었던 방식이다.²⁴
1. 공식적 외부통제
행정 조직 외부에 존재하는 제도화된 공식적인 통제 메커니즘이다.
- 특징: 헌법 및 법률에 근거한 권한을 가지며, 공식적인 검토 및 제재 권한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²⁴
- 메커니즘/사례 (한국):
- 입법통제(立法統制): 국회(國會)가 입법권, 예산 심의·확정권, 국정감사권, 국정조사권,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통제.³ 가장 민주적인 통제 방식으로 간주된다.⁵⁷
- 사법통제(司法統制): 법원(法院)이 행정소송, 행정명령·규칙·처분 심사 등을 통해 행정 작용의 위법성을 판단하고 국민의 권리를 구제.³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는 위헌법률심판, 권한쟁의심판 등을 통해 통제.²⁴ 강력하지만 사후적이고 법적 쟁점에 국한되는 한계가 있다.²
- 옴부즈만(Ombudsman): 행정기관의 위법·부당한 처분이나 부작위로 인한 시민의 고충을 접수하여 조사하고 시정을 권고하는 독립적 기구. 한국에서는 국민권익위원회(ACRC)가 유사한 기능을 수행.²¹ (국민권익위는 행정부 소속이지만 시민의 관점에서 외부 통제 역할을 수행)
- 헌법/인권 기구: 국가인권위원회 등 인권 침해 감시 및 구제 활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행정을 통제.³⁸
2. 비공식적 외부통제
행정 조직 외부의 비제도적, 비공식적 영향력에 의한 통제이다.
- 특징: 여론, 정치적 압력, 시민 사회의 활동 등에 의존한다.²⁷ 흔히 민중통제(民衆統制)라고도 불린다.³
- 메커니즘/사례 (한국):
- 시민/여론(市民/輿論): 선거, 국민투표, 공청회, 집회·시위, 인터넷 여론 형성 등 시민들의 직접적·간접적 의사 표현.³
- 언론(言論)/미디어: 탐사보도, 여론 형성, 정책 비판 등을 통한 감시 및 견제.²¹
- 이익집단/시민단체(利益集團/市民團體, NGO): 특정 이익이나 공익을 위한 정책 제안, 로비, 감시 활동, 공익 소송, 캠페인 전개.²
- 정당(政黨): 국민의 의사를 결집하고 선거를 통해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야당의 경우 정부 비판 및 견제 역할 수행.²⁷
- 정책 네트워크/정책 공동체(政策 Network/政策共同體): 특정 정책 분야의 전문가, 이해관계자, 관료 등이 형성하는 비공식적 관계망을 통한 상호작용 및 영향력 행사.⁵⁷
D. 길버트 분류에 따른 행정통제 유형 (표)
다음 표는 길버트의 분류 틀에 따라 행정통제의 유형을 정리하고 각 유형의 특징과 한국적 사례를 제시한다.
구분 | 공식적 통제 (Formal Control) | 비공식적 통제 (Informal Control) |
---|---|---|
외부 통제 | 특징: 법적·제도적 권한 기반, 외부 기관 주도, 민주성·합법성 강조 사례: - 입법부(국회): 입법, 예산 심의, 국정감사/조사 ²¹ - 사법부(법원/헌법재판소): 행정소송, 위헌/위법 심사 ²¹ - 옴부즈만(국민권익위원회 일부 기능): 시민 고충 처리, 시정 권고 ²¹ - 국가인권위원회 ³⁸ |
특징: 여론·사회적 압력 기반, 시민·언론·이익집단 등 주도, 대응성·민주성 강조 사례: - 시민/여론: 선거, 투표, 집회, 인터넷 여론 ²¹ - 언론/미디어: 보도, 비판, 여론 형성 ²¹ - 이익집단/시민단체(NGO): 감시, advocacy, 캠페인 ²¹ - 정당: 정책 경쟁, 정부 견제 ³⁵ |
내부 통제 | 특징: 행정 조직 내 규칙·절차·계층 기반, 행정부 자체 주도, 효율성·능률성·합법성 강조 사례: - 계층제/상관: 지휘, 감독, 명령 ²⁷ - 대통령/국무총리실/국무조정실: 정책 조정, 지휘 ²⁷ - 감사원: 회계검사, 직무감찰 ²¹ - 참모/교차기능조직 (기재부, 인사처 등): 예산, 인사, 조직 통제 ²¹ - 자체 감사/감찰 부서 ²¹ - 정부업무평가 ³⁸ - 국민권익위원회 (부패신고 처리 등) ³⁵ |
특징: 규범·가치·동료 압력 기반, 공무원 개인/집단 주도, 전문성·윤리성·자율성 강조 사례: - 직업윤리/행동강령: 내면화된 규범, 윤리 교육 ²⁰ - 동료 집단: 상호 평가, 비판, 평판 관리 ²⁹ - 대표관료제: 내부 견제와 균형 ²⁷ - 공직 동기/가치관 ³⁸ - 공무원 노조: 내부 비리 고발, 견제 ²⁷ - 내부고발자 보호 제도 ² |
각 통제 유형의 효과성은 정치적 맥락, 행정 업무의 성격, 통제 기관의 역량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입법 통제(외부-공식)는 이론적으로 강력하지만, 입법부가 전문성이나 정보를 충분히 갖추지 못하거나² 행정부가 의회를 압도하는 경우⁵⁸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 사법 통제(외부-공식)는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갖지만 주로 사후적이고 법률적 쟁점에 국한된다.²⁴ 내부 통제(공식/비공식)는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지만 내부 이익에 치우치거나 외부로부터 고립될 위험이 있다.⁴⁶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 비공식 외부 통제²¹는 사회적 경각심을 높일 수 있지만 공식적인 제재 수단이 부족하다. 더욱이, 최근 공공 및 민간 부문 행위자들이 복잡하게 얽힌 네트워크 거버넌스(networked governance)의 확산¹은 전통적인 계층제적 통제나 단일 기관 중심의 외부 통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⁸ 이는 특정 맥락과 거버넌스 형태에 맞는 적응적이고 다각적인 통제 전략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V. 현대 행정에서의 중요성과 목적
A. 책임과 통제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유
현대 사회에서 행정책임과 행정통제의 중요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현대 행정의 특징 및 환경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 행정국가 현상의 심화: 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복잡해짐에 따라¹, 행정 권한의 규모와 영향력이 커졌다.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은 필연적으로 강력한 행정적 개입을 요구한다.
- 행정재량권의 확대(裁量權擴大): 사회 문제의 복잡성과 예측 불가능성, 신속한 대응의 필요성 등으로 인해 입법부가 모든 상황을 법률로 상세히 규정하기 어려워지면서 행정기관에 광범위한 재량권이 위임되고 있다.² 이는 행정의 유연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자의적 판단이나 공익으로부터의 일탈 가능성을 높인다.
- 행정의 전문화와 정보 비대칭(情報非對稱): 행정 업무가 고도로 전문화·기술화되면서², 일반 시민이나 정치인 등 외부 주체들이 행정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평가하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외부 통제를 어렵게 만들고 행정 관료의 실질적인 권한을 강화한다.
- 막대한 공공자원 관리: 행정기관은 막대한 규모의 예산과 자원을 배분하고 집행하는 권한(豫算權)을 가지므로, 이러한 자원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보장할 책임이 요구된다.²
- 권력 남용 및 부패 가능성(權力濫用 및 腐敗): 집중된 권력과 광범위한 재량권은 적절한 통제가 부재할 경우 권력 남용, 부정부패, 사익 추구 등 공익에 반하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² 워터게이트 사건과 같은 역사적 사례는 이러한 위험을 명확히 보여준다.¹⁷
- 민주적 정당성 확보: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모든 활동은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에게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한다.² 행정책임과 통제는 정부 활동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신뢰를 유지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핵심 기제이다.¹⁷
- 복잡한 거버넌스 환경: 정부, 시장, 시민사회가 함께 공공 문제를 해결하는 네트워크 거버넌스 환경에서는 책임 소재가 분산되고 모호해지기 쉬워, 참여자들 간의 공동 책임과 이를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통제 방식이 요구된다.¹
B. 행정책임과 행정통제의 핵심 목적
행정책임과 행정통제는 현대 행정에서 다음과 같은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추구된다.
- 책임성 확보(責任性確保): 공무원과 행정기관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국민, 입법부, 사법부 등 정당한 권한을 가진 주체에게 설명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answerability)이 가장 핵심적인 목적이다.²
- 효율성 및 효과성 증진(效率性增進): 공공 자원이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행정 목표가 효과적으로 달성되도록 보장한다.⁷ 통제는 행정 활동을 목표에 부합하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⁹
- 권한 남용 및 부패 방지(權限濫用防止): 공직을 이용한 사익 추구나 자의적인 권한 행사를 예방하고 적발하여 행정의 청렴성을 유지한다.² 한국의 부패방지 노력⁴⁷은 이 목적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 민주적 대응성 제고(民主的對應性提高): 행정이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부응하도록 유도한다.³
- 합법성 유지(合法性維持): 행정 활동이 헌법과 법률, 규정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보장한다.³
- 국민 신뢰 확보(信賴確保):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정부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구축하고 유지한다.¹⁷ 행정 실패는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¹⁴
- 공정성 및 형평성 확보(公正性, 衡平性): 모든 시민에게 차별 없이 공정하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원을 배분하도록 한다.¹
행정통제가 추구하는 이러한 다양한 목적들(효율성, 책임성, 합법성, 대응성 등)은 때때로 서로 상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패 방지(책임성, 합법성)를 위해 매우 엄격하고 복잡한 통제 절차(공식적 통제)를 도입하면²⁹, 행정 처리 속도가 느려지거나(효율성 저해)¹ 시민의 다양한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대응성 저해).³ 공정성을 위해 표준화된 절차를 강조하다 보면, 개별적인 특수 상황에 맞는 맞춤형 대응(대응성)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러한 긴장 관계는 통제 시스템 설계 시 신중한 균형 감각을 요구한다. 실제로 다양한 행정 이론들은 이러한 가치들 중 특정 가치를 더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고전적 행정 이론은 효율성과 합법성을, 신공공관리론(NPM)은 효율성과 (고객 중심의) 대응성을, 거버넌스 이론은 대응성과 공유된 책임성을 강조한다.¹² 따라서 효과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잠재적 상충 관계를 인식하고 각 목적 간의 조화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VI. 행정책임 확보를 위한 다양한 메커니즘
행정책임은 단일한 방법이 아닌, 다양한 제도적 및 비제도적 메커니즘의 복합적인 작용을 통해 확보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크게 공식적·제도적 장치와 비공식적·규범적 장치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이는 파이너와 프리드리히의 논쟁에서 나타난 외부적 통제와 내재적 책임의 관점을 반영한다.
A. 제도적 (공식적) 메커니즘
법률, 정치 구조, 행정 절차 등 공식적으로 확립된 제도들을 통해 책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주로 파이너가 강조한 외부적, 객관적, 법적 책무성(Accountability)과 관련된다.
1. 법적 책임(法的責任) 및 사법 통제
- 개념: 법률과 규정의 준수를 강제하고, 위반 시 사법적 절차를 통해 책임을 묻는 방식이다.³
- 메커니즘: 행정소송, 사법심사(위법·부당 처분 취소 등), 헌법소원 등을 통해 법원이 행정 작용을 통제한다.²⁴
- 제재: 위법 행위에 대해 공무원에게 징계(견책, 감봉, 정직, 강등, 해임, 파면)⁷⁰, 형사 처벌(뇌물죄, 횡령죄 등)⁷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등을 부과한다.
- 관련 법률 (한국):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공직자윤리법, 국가공무원법, 형법 등이 관련된다.⁴⁷
2. 정치적 책임(政治的責任) 및 입법/행정 통제
- 개념: 행정이 선출직 공직자(대통령, 국회의원 등)나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에게 응답하고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³
- 메커니즘:
- 입법부 통제: 국회가 예산 통제, 법률 제·개정, 국정감사·조사,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한다.³
- 행정부 수반 통제: 대통령이나 장관 등 행정부 내 상급 정치적 임명권자가 임면권, 지휘·감독권, 정책 결정 등을 통해 하위 관료 조직을 통제한다.²⁷
- 선거를 통한 책임: 국민이 선거를 통해 정치 지도자를 심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행정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³
3. 행정적/관료제적 책임 및 내부 통제
- 개념: 행정 조직 내부의 위계질서, 규정, 절차 등을 통해 책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⁸
- 메커니즘: 상급자의 지휘·감독, 근무성적평정, 내부 감사(감사원 감사, 자체 감사), 기획 및 보고 시스템, 표준운영절차(SOP) 등이 활용된다.²
B. 비제도적 (비공식적) 메커니즘
법이나 공식적인 절차가 아닌 가치, 규범, 사회적 압력 등에 의해 책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주로 프리드리히가 강조한 내재적, 주관적, 윤리적 책임(Responsibility)과 관련된다.
1. 윤리적 책임(倫理的責任) 및 전문직업적 기준
- 개념: 공무원이 내면화된 도덕적 원칙, 직업적 양심, 전문가적 규범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³
- 메커니즘: 공직자 행동강령⁴⁸, 전문가 집단의 윤리 규약, 전문직으로서의 사회화 과정, 윤리 교육(예: 청렴연수원 교육⁴⁸), 공직봉사동기(PSM)³⁸ 등이 윤리적 책임 의식을 함양하고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양심(良心)과 청렴(淸廉)의 가치가 강조된다.²¹
2. 사회적 책임 및 외부 압력
- 개념: 행정이 여론, 언론, 시민사회 등 외부의 감시와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책임을 다하도록 사회적 압력이 작용하는 것을 의미한다.²
- 메커니즘: 언론의 폭로와 비판, 시민단체의 감시와 고발, 전문가 집단의 평가, 여론 형성, 공청회나 시민 참여 절차, 평판에 대한 고려 등이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²
C. 파이너와 프리드리히의 조화: 다면적 접근의 필요성
행정책임 확보를 위한 논의에서 파이너가 강조한 외부적·제도적 통제와 프리드리히가 강조한 내재적·윤리적 책임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이해되어야 한다.²³ 외부 통제만으로는 복잡한 행정 현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내재적 책임만으로는 남용과 일탈을 막기에 불충분하다. 따라서 효과적인 행정책임 확보는 법적·정치적·행정적 통제와 같은 공식적 제도와 직업윤리·전문성·사회적 감시와 같은 비공식적 규범 및 압력을 균형 있게 결합하는 다면적 접근을 요구한다.³ 특정 상황에서는 내재적 책임(예: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 다른 상황에서는 외부적 통제(예: 부패 위험이 높은 영역)가 더 강조될 수 있다.
이러한 책임 확보 메커니즘들은 서로 분리되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강력한 윤리 교육(비공식적 내부)은 공무원들의 자발적인 법규 준수 의지를 높여 공식적 통제(공식적 외부/내부)의 효과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처벌적인 공식적 제재(공식적 외부/내부)⁷⁰는 공무원들이 윤리적 위험을 감수하거나 내부 비리를 고발(비공식적 내부)하는 것을 위축시킬 수 있다. 내부고발자 보호 제도²는 내부의 비공식적 정보를 활용하여 외부적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공식적 장치의 예이다. 따라서 행정책임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법적 틀, 정치적 감독, 행정 절차, 윤리 문화, 사회적 참여 등 다양한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는 총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VII. 책임 확보 및 통제 구현의 도전과 한계
효과적인 행정통제를 구현하고 행정책임을 확보하는 과정은 이론처럼 간단하지 않으며, 다양한 현실적 어려움과 한계에 직면한다.
A. 실행상의 어려움
- 목표의 모호성과 측정의 곤란성: 공공 부문의 목표는 민간 부문과 달리 추상적이거나 다의적이며(예: 공익 증진¹), 때로는 서로 상충되기도 한다. 이는 통제를 위한 명확한 기준 설정과 성과 측정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계량화하기 어려운 정책 효과나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것은 더욱 복잡하다.⁹
- 정보의 비대칭성 (주인-대리인 문제): 정책 결정자나 일반 시민(주인)은 행정 실무를 담당하는 관료(대리인)의 행동이나 능력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갖기 어렵다.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은 주인이 부적격한 대리인을 선임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 문제와,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태만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문제를 야기한다.⁶² 관료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독점하거나 왜곡할 유인을 가질 수 있으며², 이는 효과적인 감시와 통제를 저해한다.
- 관료제의 저항과 회피: 관료들은 외부 또는 내부의 통제가 자신들의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인식할 경우, 이에 저항하거나 형식적인 수준에서만 따르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통제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하거나(gaming the system), 규정 준수 자체에만 집중하는 상징적 순응(symbolic compliance)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⁶⁷ 특히 외부 통제가 강화될 경우, 관료들이 방어적이거나 회피적인 태도를 보이는 '역통제(逆統制)'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² 거대하고 복잡한 관료제 조직 전체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²
- 통제 비용: 효과적인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시간, 예산, 인력 등)이 소요된다.³¹ 과도한 통제는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으며, 반대로 미흡한 통제는 책임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통제의 편익과 비용을 고려하여 적절한 수준('적량성(適量性)'³¹)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만 쉽지 않다.
B. 통제 시스템 자체의 약점
- 외부 통제의 한계: 입법부(국회)나 사법부(법원)는 행정의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모두 파악하기 위한 시간, 전문성,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² 입법 통제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 왜곡될 수 있으며², 사법 통제는 주로 사후적 구제에 머무르고 합법성 판단에 국한되어 정책의 타당성이나 효율성까지 다루기 어렵다.²⁴ 여론이나 시민단체 등 민중통제는 영향력이 분산되어 있고 일관성이 부족할 수 있다.³²
- 내부 통제의 한계: 내부 통제는 외부의 간섭 없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조직 내부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되거나(capture),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계층제는 하의상달을 억압하거나 문제를 은폐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내부 감사 기구는 실질적인 독립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거나 조직 내부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⁴⁶ 윤리에 기반한 자율 규제는 조직 문화가 부패하거나 외부 압력이 강할 경우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²¹
- 형식주의와 경직성: 지나치게 규칙과 절차를 강조하는 공식적 통제는 행정의 경직성을 초래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나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저해할 수 있다 ('red tape').⁴¹ 이는 관료들이 정해진 규칙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훈련된 무능(trained incapacity)'을 야기할 수도 있다.
- 통제 시스템의 분절과 조정 부족: 다양한 통제 메커니즘(입법부, 사법부,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내부 감사 등)이 존재하지만, 이들 간의 역할 중복이나 충돌, 또는 통제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통제 기관 간의 유기적인 협력과 정보 공유가 부족하면 전체적인 통제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⁶⁵
C. 책임 기준 간의 충돌
행정 현장에서 공무원들은 종종 서로 다른 책임 기준 사이에서 딜레마에 직면한다. 예를 들어, 법률 규정(법적 책임)과 상급자의 지시(계층적 책임)가 상충되거나, 전문적 판단(전문가적 책임)이 정치적 요구(정치적 책임) 또는 시민의 즉각적인 요구(대응적 책임)와 배치될 수 있다.⁷⁶ 이러한 윤리적 딜레마⁸¹ 상황에서 어떤 기준을 우선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
통제 행위 자체가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특히 처벌 위주의 통제 시스템⁷⁰은 공무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여 혁신이나 적극적인 문제 해결('적극행정'¹⁶)을 기피하게 만들 수 있다. 실패에 대한 비난과 책임 추궁¹⁹에 집중하는 문화는 조직 내 방어적인 태도를 강화하고 정보 공유를 저해하며 협력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과도한 보고나 규제 준수 절차⁴¹는 행정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만들어, 본연의 서비스 제공이나 정책 집행에 투입되어야 할 시간과 노력을 빼앗을 수 있다. 이는 잘못 설계되거나 과도하게 운영되는 통제가 오히려 행정 성과를 저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통제와 권한 부여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단순히 처벌하기보다는 실패로부터 배우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⁴⁴
VIII. 이론적 관점과 실제 사례
A. 주요 이론적 틀
행정책임과 통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몇 가지 주요 이론적 틀은 다음과 같다.
- 주인-대리인 이론 (Principal-Agent Theory): 경제학에서 발전된 이 이론은 정보의 비대칭성과 이해관계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설명한다. 국민이나 정치인(주인)은 관료(대리인)의 행동을 완전히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도덕적 해이)이나 주인이 잘못된 대리인을 선택할 가능성(역선택)이 존재한다.⁶² 이 이론은 이러한 '대리인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감시 강화, 성과 기반 인센티브 제공(성과급), 정보 공개(신호 보내기, 걸러내기) 등을 제시한다.⁶² 정부 실패를 설명하거나 공공서비스 민영화 및 민간위탁의 논거로 활용되기도 한다.⁷⁸
- 책임성 유형론 (재검토): 앞서 살펴본 롬젝과 듀브닉⁸ 및 훅²⁰의 책임성 유형론은 행정책임이 단일한 개념이 아니라 상황과 관계에 따라 다양한 형태(계층적, 법적, 전문가적, 정치적, 수직적, 내부적, 고객, 사회적 책임 등)로 나타나는 다차원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 거래비용 경제학 (Transaction Cost Economics): 주인-대리인 이론과 관련하여, 조직 구조(예: 내부 생산 vs. 외부 계약)가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정보 탐색, 계약 협상, 감시, 집행 비용 등)을 최소화하려는 합리적 선택의 결과라고 설명한다.⁷⁷ 이는 공공서비스 전달 방식을 결정하는 데 있어 내부 통제와 외부 계약의 효율성을 비교하는 분석 틀을 제공한다.⁸⁰
- 신공공관리론(NPM) 및 거버넌스 관점: 이들 이론은 행정책임과 통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신공공관리론은 성과, 결과, 고객(시민) 만족을 강조하며, 시장 메커니즘(경쟁, 계약, 성과 측정)을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¹² 반면, 거버넌스 이론은 다양한 행위자(정부, 시장, 시민사회) 간의 협력과 네트워크를 중시하며, 참여자 간의 신뢰, 상호 학습, 공유된 규범에 기반한 공동 책임과 자율적 통제 메커니즘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¹
B. 실제 사례 및 예시 (한국 맥락)
이론적 논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한국의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면 행정책임과 통제의 작동 방식 및 문제점을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 통제 실패 및 정책 실패 사례:
- 금융 부문: DLF, 라임, 옵티머스 펀드 사태 등 대규모 금융 상품 불완전 판매 사건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 부실과 감독 당국의 관리·감독 실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¹⁴ 대규모 횡령 사건¹⁴ 역시 내부통제의 허점을 드러낸다. 이는 내부 시스템과 외부 규제 모두에서 책임 확보가 미흡했음을 보여준다.¹⁴
- 사회기반시설 사업: 부산-김해, 용인, 의정부 경전철 사업은 과도한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해 막대한 재정 적자를 발생시켜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로 꼽힌다.⁸⁴ 이는 사업 계획 단계에서의 부실한 분석(내부 통제 실패), 정치적 결정의 개입 가능성(정치적 책임 왜곡), 장기적인 재정 위험 관리 부재 등 복합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 정책 집행 혼선: 대학입시 개편안의 잦은 변경, 근로시간 단축 시행 초기 가이드라인 부재, 유치원 영어 수업 금지 정책 번복, 제주 대중교통 우선차로제 시행 초기 혼란 등⁶⁵은 정책 형성 과정에서의 졸속 추진,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부족, 부처 간 협의 미흡(내부 통제 실패), 소통 부재 등이 정책 실패와 행정 불신을 초래함을 보여준다.¹⁹
- 세월호 참사: 규제 완화 및 관리 감독 소홀(규제 실패), 초기 대응 부실, 구조 과정에서의 비효율과 혼선, 책임 소재 공방 등 행정 시스템 전반의 총체적인 실패를 보여주는 비극적 사례로 평가된다.¹⁹ 이는 해양경찰청 해체라는 극단적인 조직적 책임으로 이어졌다.
- 통제 성공 및 긍정적 사례 (적극행정 등):
- 규제 개선 및 절차 간소화: 관세청의 해외 여행자 휴대품 신고서 작성 의무 폐지는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하여 국민 편의를 증진하고 행정 비용을 절감한 적극행정 사례이다.⁸²
- 선제적 안전 조치: 기상청과 관련 기관 협력을 통한 도로 결빙(블랙아이스) 및 안개 정보 내비게이션 안내 시스템 구축은 잠재적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사례이다.⁸²
- 국민 눈높이 행정: 국민권익위원회가 청소년의 속임수로 억울하게 행정처분을 받게 된 자영업자를 구제한 사례는 법 집행의 경직성을 넘어 국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⁸²
- 반부패 시스템 강화: 국민권익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 청탁금지법·이해충돌방지법 제정, 공직자 행동강령 운영,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및 컨설팅, 청렴 교육 강화 등은 부패를 예방하고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제도적 노력이다.⁴⁷
- 감사원의 역할: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기관으로서 정부 예산 집행의 적절성, 정책 성과, 공직 기강 등을 감사하여 행정의 책임성을 확보하는 핵심적인 공식 통제 기구이다.²¹ 감사 결과 보고서⁴⁵는 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가 지나치게 사후 적발이나 처벌 위주로 흐를 경우 공무원의 소극 행정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적극행정' 과정에서의 과실에 대해 책임을 감면(면책)해주는 제도를 도입하여⁴⁴ 통제와 행정의 자율성 간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행정 실패는 단일한 통제 메커니즘의 약점 때문이라기보다는, 부실한 기획(내부), 미흡한 감독(외부 공식), 취약한 윤리 의식(내부 비공식), 부족한 시민 참여(외부 비공식) 등 여러 시스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경전철 사업 실패⁸⁴는 기술적 예측 실패(내부)와 정치적 결정(외부/정치적 책임), 재정 위험 관리 부재(내부 통제)가 결합된 결과이다. 정책 집행 혼선 사례⁶⁵는 부처 간 조정 실패(내부 통제), 이해관계자 소통 부족(외부 대응성/통제), 불충분한 준비 기간 등이 복합된 문제이다. 금융 스캔들¹⁴은 기업 내부통제 부실, 감독기관의 감시 소홀(외부 공식), 때로는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내부 비공식)가 결합된 결과이다. 이는 단순히 특정 통제 방식(예: 규칙 추가)만을 강화하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으며, 기획, 감독, 조정, 윤리, 시민 참여 등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는 총체적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IX. 결론
A. 주요 결과 요약
본 보고서는 행정학적 관점에서 행정책임과 행정통제의 개념, 관계, 유형, 중요성, 확보 방안, 한계, 그리고 관련 이론과 사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 주요 논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책임과 통제의 불가분성: 행정책임은 행정이 추구해야 할 규범적 의무를 제시하고, 행정통제는 그 의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실질적 수단으로서, 두 개념은 서로를 전제하고 보완하는 표리관계(表裏關係)에 있다.⁶
- 다양한 책임과 통제의 형태: 행정책임은 법적, 정치적, 윤리적, 전문가적 책임 등 다차원적이며, 행정통제 역시 길버트의 분류에 따라 내부/외부, 공식/비공식의 다양한 유형으로 존재하며 각각 다른 특징과 기능을 가진다.¹²
- 현대 행정에서의 중요성 증대: 행정국가화, 재량권 확대, 전문화 심화, 권력 남용 가능성 등의 현대 행정 환경 속에서 민주적 정당성, 효율성, 청렴성, 국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행정책임과 통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²
- 확보 메커니즘의 다면성: 행정책임은 법률, 정치·행정 제도 등 공식적 메커니즘과 직업윤리, 사회적 압력 등 비공식적 메커니즘의 복합적인 작용을 통해 확보된다. 파이너와 프리드리히의 관점을 통합하는 다면적 접근이 필수적이다.³
- 현실적 도전과 한계: 목표 모호성, 정보 비대칭, 관료적 저항, 통제 비용, 각 통제 시스템의 내재적 약점, 책임 기준 간 충돌 등 책임 확보와 통제 구현에는 다양한 어려움과 한계가 존재하며, 통제 자체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²
B. 한국 공공행정에서 책임과 통제 강화를 위한 제언
행정책임 확보와 효과적인 행정통제는 단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평가와 개선 노력이 필요한 과정이다. 한국 공공행정의 책임성과 통제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균형 잡힌 다각적 접근: 특정 통제 방식(예: 외부 감사 강화 또는 내부 윤리 교육)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법적·정치적·행정적 통제와 윤리적·사회적 통제를 균형 있게 조합하고 상호 연계성을 강화하는 총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 투명성 강화 및 정보 비대칭 완화: 행정 정보의 적극적인 공개(情報公開)를 통해 시민과 외부 감시 기구의 접근성을 높여 정보 비대칭 문제를 완화하고 '햇볕은 최고의 살균제' 효과를 도모해야 한다.²
- 윤리적 인프라 구축 및 내재화: 공직자 행동강령 준수, 실효성 있는 윤리 교육 강화, 공직 가치 내면화 등을 통해 공무원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하는 문화(culture of integrity)를 조성하는 노력이 중요하다.²¹
- 성과 관리의 실질화: 단순히 계량화하기 쉬운 지표나 절차 준수 여부보다는, 공공 가치 창출과 실질적인 정책 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춘 성과 측정 및 평가 시스템을 발전시켜야 한다.
- 시민 참여의 활성화 및 실질화: 정책 과정 전반에 걸쳐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행정을 감시하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를 확대하고 내실화해야 한다.²
- 내부 통제 시스템의 고도화 및 독립성 확보: 내부 감사 기능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위험 관리(risk management) 기반의 예방적 통제 시스템을 발전시켜야 한다.²
- 내부고발자 보호 강화: 조직 내부의 비리나 부당 행위를 용기 있게 고발하는 공익신고자(내부고발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하는 제도를 강화하여 내부 자정 능력을 높여야 한다.²
- 네트워크 거버넌스 환경에 맞는 통제 방식 모색: 다양한 행위자가 참여하는 협치 구조에서는 전통적인 통제 방식의 한계가 드러나므로, 참여자 간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상호 신뢰와 협력에 기반한 새로운 통제 메커니즘을 개발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행정책임과 행정통제는 민주주의와 효과적인 국정 운영의 초석이다. 이 두 가지 핵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행정 관료, 정치 지도자, 시민 사회 구성원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끊임없는 성찰과 제도 개선을 통해 책임 있는 행정, 신뢰받는 정부를 구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행정학] 주요 개념 정리
목차행정학을 공부하면서 주요 개념을 정리했습니다. 여러분의 행정학 공부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즐겨찾기에 등록해 간편하게 찾아보세요! 25년 1월부터 작성하여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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